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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Feb 19. 2021

수중수리수리중.

술이 날 수리하지.

스산한 겨울밤에 차가운 계절안에서 세상 전부가 자신에게 모질게 등을 돌려도 비극적으로 이해해주길 바랬다고 했다. 말도 안돼는 밑도 끝도 없는 진심을 내보이면서 애처로울만큼 아련한 감정을 붙들고는. 너는 세상살이가 이미 내마음대로 되지않는 다는 것을 골수까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뭐든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과하리만큼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단 한가지는 이루어져야 무엇이든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마저도 안된다면 뭐든 지속해야할 이유가 없는 거잖아. 옥상이 낭만적일 수는 있어도 자랑이 될수는 없는거지라고 넌 단호하게 말하며 나를 태연하게 위로 바깥으로 밀어냈다. 힘없이 내팽겨쳐지던 그 밤에는 내가 고장난 수도꼭지 같았다.

아무리 잠가도 어디선가 줄줄 새고마는. 쓸데없이 쓸모없는 고철덩이. 사람은 누군가가 상처를 줘서 상처를 받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냥 상처를 받고 싶은 사람 상처에 취약한 자는 어디에서든 쉽게 생채기가 났다. 의도를 하던 그렇지 않던간에. 실은 상처받기싫어서 더 많은 상처를 주었으면서 뻔뻔하게 굴었다 늘 못되게도. 그래서 지금 벌받고 있나봐. 내가 슬리퍼한짝도 가진게 없는게 나의 죄는 아니잖아하고 소리를 지른다 한들 들으려하거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게 겸손하고 또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라고 하였거늘 높은곳에서 누군가 혀를 차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곤 했다. 우리에게 배운것이 없다며 가르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계속해서 배워야할 것들이 넘쳐났다. 큰솥과 들통을 그리고 커다란 항아리를 채우고도 모자랐다.

낮은 곳에서는 겸손을 배려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람들의 제각각으로 생긴 발가락을 색색의 양말신은 발을 어디론가 향하는 신발을 바라보다 하루가 갔다. 늘 죄송하고 또 죄송하게 하루를 마쳤고 더이상의 죄송은 이제 진심이 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체념하기에는 이르다고 너는 곧 기술자에게 맡겨져 잠그는 걸 잊지만 않으면 더 이상 고장난 수도꼭지가 되는 일이 없을거라고 타일렀다. 먼 곳에서 온 손에 의해서 너는 그렇게 제법 쓸만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잠그는 것을 잊어버리곤 해서 제3자의 도움도 너에게는 별다른 소용이없다며 스스로를 한숨으로 덜어내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면 내안에서 같잖은 내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찮고 가벼워지려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고.





밤이 물속으로 물이 달속으로 걸어들어갈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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