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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May 29. 2021

거울겨울 야간개장.

호우예보.

자꾸만 비가 쏟아졌다. 장마도 아니고 슬픈 일이 없는데 왜 그러는 거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네가 왔다. 나는 너에게 문을 열어 준 적인 없는데 어떻게 내 안으로 들어와 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거니 하고 재차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메아리조차 없었다. 그렇게 거짓말을 다시 시작했다.


너의 그림자에 빗물이 고였다.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인 너를 그리워하는 내가 우스워져서 울고 말았다. 이렇게 못나고 부족하고 한심한 사람이 바로 너야 그게 너라고. 거울 속의 그대가 나를 비웃는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의자에 앉아있는데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내가 돌아간다. 빙글빙글 백조자리 X-1을 향해 가는 중이다. 내가 나를 찾을 수 없을 때가 오면 오작동이 멈추어지는 게 아닐까. 코딩을 모르는 나는 너를 해석할 수가 없는데 0000000111111111000000 전원 버튼을 눌러보아도 반응이 없다. 0과 1로만 이루어진 밀실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면 바늘구멍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일인 거지. 무영의 세계에 도착했어 우리.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자고 일어나면 모든 도지가 제자리로. 너는 액자 안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가고 어제와 같지 않고 내일과 다른 오늘에게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물어. 잘 지내느냐고 무탈하게 잘 지내라고.

















맑고 맑아서 빗금이 내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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