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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Jul 13. 2021

객관식으로 채소 고르기.

하얀녹색의 기분.

양배추를 고른다고 치자. 양배추 중에 가장 싱싱한 것으로 조금 초록색이 섞인 것이 좋을까 아니면 두부처럼 흰색을 고를지 상당하게 고민이 되는데 이러다가 오늘 집에  갈지도 몰라. 어디서 들었는데 선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욕심이 많은 거라고 했던  같아. 이왕에 사는   괜찮은 양배추를 고르려 하는  타인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일로 비출수도 있다는  모순적으로 생각되겠지만 논리에  맞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지.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 문제지에서 답을 고를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에 더 근접한 것으로 보면 될까. 어떤 선택은 우리를 완벽하게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기도 하기에. 그런데 난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시험 주관식 5문제를 찍어서 맞춘 적이 있었지. 그게 유일한 나의 신기였어... 그 이후로는 시험지마다 비가 내렸고 더도 덜도 아닌 딱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었더랬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잖아. 사실 그들도 엄청나게 열심히였을거야. 결국에는 시간싸움이라고들 하니까. 덕분에 눈만 내리는 시험지를 갖는 기분을 잘 알고 있지 그들은.


아무튼 우리가 양배추를 고르는 일에 있어서는 비나 눈이 내리지는 않을 거야. 덜 싱싱한 양배추라면 덜어내면 될 거고 양배추는 생각보다 농약을 많이 쳐서 썩은걸 고르는 게 더 힘들지 몰라. 그렇다고 매번 올가에 가서 양배추를 고를 수는 없는 일이잖아. 우리 집 근처에는 올가가 없고 채소는 있지 길가에서 알록달록한 걸 고르는 재미가 또 있어서 말이지.



다음 중에서 괜찮은 양배추를 고르시오.

1 흰색 양배추
2 녹색 양배추
3 하얀 녹색 양배추
4 투명 양배추



양배추는 찌면 왜 투명해질까. 그대는 생각보다 솔직한 친구야 속이 다 들여다보여. 어떤 이들은 너무 솔직한 건 오히려 별로라고 하는데 난 그래도 솔직한 게 좋아. 왜냐하면 내가 늘 거짓말을 하니까. 앞으로는 정직한 거짓말을 하는 걸로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서.



투명하지만 보라색인 기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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