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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Sep 05. 2021

실용적인 여행의 실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당신은 나를 따라서 무조건 아일랜드로 오겠다고 했지. 아일랜드의 구석지고 한가로운 카페에 앉아 ‘더블린 사람들’을 읽을 거라고. 어설프고 조악스러운 영어로 나를 위해 시를 쓰고 싶다고도 말했어.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나를 들뜨게 만들었지. 우리는 같이 해변을 걷고 차를 마시고 드라이브를 할 거였는데 치명적인 세상에 존재하는 계획은 틀어지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하니까. 내가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 눈부시게 지루하던 어느 날 한가로운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너는 급작스럽지만 아련하게 아일랜드에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어. 별로 슬픈 표정은 아니었고 감정이 없는 사람 같아서 마네킹과 얘기하는 줄 알았지 모야.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도시에 남아서 하드보일드 한 세계의 끝에 도달하기 위해 심각하게 비상식적인 어둠을 향해서 헛바퀴를 굴렸어. 언제 어디서 우리가 어떻게 조우할 수 있을까.
















여행을 배신하고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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