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사람 Dec 06. 2021

해골주스의 밤.

바다로 그 밤 그 저녁에.


몬스터 씨가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해골주스를 마신다고 했다. 그건 해탈주스지 해골주스가 아니야. 해골주스라니까. 해골주스는 곧 국제적인 유행이 되었다. ㅎㅎ 매일 밤 전 세계 곳곳의 인기 있는 펍에서는 해골주스가 품절이 되고 말았다. 파인애플 해골주스는 그중에도 극적으로 인기가 치솟았다.​


파인해골주스를 마신 사람은 모든 걸 용서할 수 있기때문에 유독 찾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무슨 잘못을 그렇게 한 거고 누굴 그렇게 용서해야만 할까. 사과해야 하거나 벌을 받거나 죄를 사해야 하는 일도 없다면 세상이 극심하게 단순해지려나. 사람들은 단조로움에 지쳐 다른 초록별 행성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스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해. 같은 계절에 같은 바다의 해변을 6번째 방문했을 때 그 바다에서 가져온 물을 가지고 만들어야 해. 물은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고 풀과 모래와 석탄을 이용해서 걸러내야만 하고 공룡뼈를 아궁이에 올려놓고 파인애플청과 약간의 알코올을 넣고 11시간을 끓여내서 시원하게 얼음동굴에 이틀간 숙성시킨다. 그런 다음에 아프리카에서 공수한 리얼 해골(?) 컵에 각진 얼음과 함께 담아서 파인애플 모양의 허니콤 볼로 장식한 뒤에 조금씩 해골 모양의 본래 얼굴을 생각하며 마시면 되는 거지. 해골주스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할 거 같아 그치. 용서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오은영 박사님을 10번 정도 만나거나 주스를 먹거나 둘 중 하나야. 해골주스는 고가지만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게 현실이지. 무언가를 선택을 하는 일은 어렵고 잔인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변하기를 기대하는 일은 지구가 다시 지독한 우주먼지에 휩싸이길 기원하는 것만큼 힘들 테니까. 중요한 건 어떤 현상을 고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속성이 변환될 수 있을지 의심부터 하지는 말자고.

















바다의 시간을 건너 도착한 해골주스.




매거진의 이전글 황토색 케이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