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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Jan 16. 2020

농담이라고 하면 믿어줄래.

짓궂은 친절을 뒤로하고.

그대가 머물던 자리에 앉고 보니
무슨 생각을 했을지 부리가 뾰족한 새가
뇌를 관통하고 지나가버린다.
주저하며 건네려던 얇은 진실은
누군가에게 도착하기 전에 비를 맞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버렸다는 걸 알까.
마음과는 다르게 오해를
켜켜이 쌓아두어야
진심을 들키지 않을 수 있기에
불안하지 않았을 테니.
그렇게 무표정하게 음악을 듣고
하염없이 거리를 걷고
무심한 척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러다 보면 위선으로 뭉쳐버린
무채색의 하루가 또 멍하게 흘러가고.
당신이 남긴 침묵의 이유가
곧 떠오를 달에게 안긴 채
다가오는 저녁에 묻혀 슬며시 잠겨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늘에게 끌려간다.



비가 많이내려서 하늘의 귀퉁이가 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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