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O에서 JOMO로

커리어에서도 비어있어야 새로운 게 들어옵니다

첫 창업한 회사를 나올 때, 대학 선배인 VC가 한 말이 있다.

"빨리 다시 시작해. 6개월 놀면 6년 놀게 된다."

저주 같은 말이었다.


그 말 때문에 조급했다. 쉬고 있는 내가 뒤처지는 것 같았다. 세상은 빠르고, 다른 창업자들은 다음 걸 준비하고 있는데, 나는 왜 비어있나. 그리고 그 비어있음이 점점 더 깊어질 것 같았다.

FOMO(Fear of Missing Out)의 늪에 빠졌다.


9개월의 사바티컬이 만든 6년

근데 그 조급함을 견디고 9개월의 사바티컬을 가졌다.

완전히 쉬지는 않았다. 시간을 정리하듯이 썼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뭘 못했는지를 천천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시작했다. Social motivation을 사용하는 기업교육 SaaS. 6년을 일했다.

9개월의 "백수 시간"이 없었다면, 그 6년은 없었을 거다.

아마 조급함 속에서 다음 투자를 받고, 다음 성장을 추구하고, 또 나를 갉아먹고 있었겠지.


VC의 말은 항상 옳을까

"6개월 놀면 6년 놀게 된다"는 말. VC가 한 말이니까 옳은 걸까.

근데 반대도 참이다.


진짜 쉬는 6개월은 건강하게 일하는 6년을 만든다.

중요한 건 그 6개월이 뭐냐다. 시간을 때우는 휴가인가, 아니면 자신과 대화하는 사바티컬인가. 한시라도 급하게 새 직장을 찾아야 하는 시간인가, 나를 찾아야 하는 시간인가.

그리고 그 시간을 뭐라고 부르는가.


퇴사 후 FOMO와 싸우는 법

회사를 나온 후, 가장 힘든 건 일이 없다는 게 아니라 조급함이다.

링크드인을 보면 다들 새 직장을 찾았고, 인스타를 보면 친구는 승진했고, 스레드를 보면 누군가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만 멈춰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FOMO다. Fear Of Missing Out. 만고의 쓸모없는 감정.


회사를 나온 후 해야 할 일들:

조급함과 싸우지 말고, 그 감정을 관찰해라. 뭐가 조급하게 하는가? 돈? 커리어 공백? 남의 시선? 그게 진짜 나의 욕구인가, 아니면 사회가 심어놓은 불안인가?

"다른 사람의 타임라인"과 "나의 타임라인"을 구분해라. 3개월 만에 다음 직장 찾은 친구의 속도가 정답이 아니다. 1년 쉬고 새 길을 연 사람의 속도도 정답이다. 중요한 건 그게 내 속도냐는 거다.

남의 페이스가 아니라 나의 페이스로 다음을 준비해라. AI 시대라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맞다. 하지만 방향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건 그냥 허둥대는 거다.

FOMO에 시달리면, JOMO를 찾아라. Joy Of Missing Out. 남들이 하는 걸 안 해서 생기는 기쁨. 나는 그 시간에 나를 찾았다는 기쁨.


비어있어야 새로운 게 들어온다

쉼 자체가 준비다.

비어있는 시간이 채워질 시간이다.


비어있는 게 나쁜 게 아니다. 비어있어야 새로운 게 들어온다.


9개월 동안 나는 비어있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질문들이 들어왔다. "나는 정말 뭘 하고 싶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지?" "누구와 함께 하고 싶지?"

그 질문들이 다음 6년을 만들었다.


그 VC가 틀렸다

"6개월 놀면 6년 놀게 된다"는 말은 틀렸다.

진짜로 쉬는 6개월은, 건강하게 일하는 6년을 만든다.


당신이 지금 회사를 나왔거나, 레이오프를 당했거나, AI 때문에 커리어 전환을 고민한다면, 조급해하지 마라.

FOMO는 만고의 쓸모없는 감정이다.


당신의 페이스로 가라. 비어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 시간이 당신의 다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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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 나를 지키며 잘 도망치는 법>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글이 재미있으시다면 팔로우 해주세요.


Photo by engin akyur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