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결정이 아니라 정렬이다

뭣이 제일 중헌디?

10년 전의 나한테 지금 내 1순위를 보여주면 실망할 것 같다.

10년 전엔 이랬다. 내 회사를 일구고, 반드시 성공하겠다. 크게 되겠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를 갈아넣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겠다.

10년 전의 나한테 저 말을 들려주면 아마 이렇게 했을 거다. "그게 무슨 꿈이야."


두 번 갈아넣어봤다

테크 업계 14년, 창업 두 번. 갈아넣는 방식으로 두 번 해봤다. 그게 얼마나 가는지도 봤다.

첫 번째 창업 때는 성공이 1순위였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창업했으면 크게 돼야지, 그게 아니면 뭐하러 하나 싶었다.

두 번째엔 조금 달랐다. 여전히 성공을 원했지만, 어딘가에서 "이 방식이 맞나" 하는 생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 스타트업이 2024년에 문을 닫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 질문을 했다.

지금의 나한테 진짜 중요한 게 뭔가.

그 답이 10년 전이랑 달랐다. 성공이 사라진 게 아니라 — 성공의 모양이 바뀐 거였다. 나를 소진시키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것. 그게 지금의 나한테 중요한 거였다.


What matters most는 바뀐다

스탠포드 MBA 에세이 질문이 "What matters most to you?"였다는 얘기를 앞에서 했다.

그 질문에 20년 넘게 답해오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정답이 자꾸 바뀐다는 거다.

어떤 해엔 사명이 1순위였고, 어떤 해엔 건강이었고, 어떤 해엔 그냥 평온이었다. 지금은 지속 가능성이다.

처음엔 이게 불안했다. 내가 흔들리는 건가, 중심이 없는 건가 싶었다.

근데 지금은 안다. 바뀌는 게 틀린 게 아니다.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경험이 쌓이고, 뭐가 진짜인지 알게 되면서 답이 업데이트되는 거다.

문제는 바뀌는 게 아니라 — 한 번도 안 물어보는 거다. 퇴사 전에도, 퇴사 후에도.


6개월이 6년이 되는 이유

퇴사하고 나서 누군가 나한테 이런 악담을 했다.

"6개월 놀려고 하면 6년 논다."

신박한 악담이었다. 근데 틀렸다.

6개월이 6년이 되는 건 놀아서가 아니다. 방향이 없어서다.

뭣이 중헌디가 없으면 — 쉬는 건지 헤매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매일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게 6개월이 되고 6년이 되는 거다.

반대로 방향이 선명한 사람은 3개월을 쉬어도 다시 잡는다. 돌아올 곳이 있으니까.

퇴사 후가 무서운 게 아니다. 퇴사 전에 이걸 안 정리하는 게 무서운 거다.


퇴사는 결정이 아니라 정렬이다

결정은 딱 한 번 하면 끝이다. 근데 퇴사는 그게 아니다.

퇴사는 정렬이다. 나한테 중요한 것과,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이 — 얼마나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게 안 맞아서 나가는 거다. 상사가 싫어서가 아니라, 보너스가 적어서가 아니라.

그리고 정렬은 퇴사할 때 한 번만 하면 안 된다. 다음 회사에서도, 그다음 선택에서도 계속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어느 날 문득 —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날이 온다.

나한테 그 날이 왔었다. 테크 업계 14년, 창업 두 번 끝에.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게 퇴사 프레임워크다. 나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들, 나가고 나서 다시 잡아야 할 것들. 34페이지에 담았다.

퇴사를 앞두고 있다면 — 딱 한 번만 앉아서 이 질문을 해봤으면 한다.

뭣이 중헌디. 지금의 나한테.

그 답을 쓰는 걸 도와주는 프레임워크, 텀블벅에서 펀딩 중이예요. https://tum.bg/fhpJ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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