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던 시기

by Reflector

보이는 것들이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이, 직업, 말투, 분위기 같은 것들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더 많이 알고 더 성숙할 거라고 생각했고, 말투가 부드러우면 자연스럽게 배려 깊은 사람일 거라고 여겼다.


이런 기준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고 나는 그 기준에 맞춰 사람을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본 것이 아니라 보이는 단서를 빠르게 해석해서 결론을 내려버리는 방식에 가까웠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모든 걸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정보로 빠르게 판단하려고 한다. 그게 더 쉽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판단이 생각보다 쉽게 확신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보이는 정보는 이해하기 쉽고 즉각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 해석이 맞는지 검증하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믿게 된다.


나 역시 그렇게 사람을 보고 있었다. 나이, 분위기, 말투 같은 것들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성격과 태도까지 미리 정해버렸고, 그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서 이상한 점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계속 어긋났다. 겉으로는 성숙해 보이지만 관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부드럽게 말하지만 상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말투는 거칠어 보여도 더 책임감 있고 솔직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기준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을 본 것이 아니었다. 보이는 단서들을 가지고 그 사람을 추정하고, 그 추정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며 이미 판단까지 내려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생각보다 자주 틀렸다. 한두 번의 문제가 아니라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해서 틀리고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문제가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람을 보는 방식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보이는 것은 단서일 뿐이고, 그 단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