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상념

포지티브보다 네거티브

by 한승훈

2014.09.23


사람들은 항상 포지티브한 것들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사실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좋은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많이 생각하지만 결국 뇌리에 남는 것은 네거티브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서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보통 나에게 잘해줬던 선생님들은 잘 기억에 남지 않아 하지 않고, 무서웠거나 힘들게 했던 선생님들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었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군대에서도 나에게 잘해줬던 사람들에게 고마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무섭게 대했던 사람들은 절대로 잊지 못한다. 나만 해도 나를 2년 동안 괴롭혔던 사람들의 얼굴, 이름, 사는 곳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남자들은 나중에 제대하고 나서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며 자랑스럽게 회고하고 포장한다. 내가 겪은 것들이 남 못지않게 힘든 것이라야 내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되기 때문일까?


선거를 할 때에도 보면 정치인들이 괜히 서로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선거철에 대화하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사람들끼리 "이 사람은 이러한 것을 정말 훌륭하게 해냈대. 그래서 이 사람을 뽑아야겠어."라는 이야기와 "이 사람이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래, 이 사람은 안 되겠다." 중 어떠한 말을 더 많이 들어보았는가? 나쁜 점에 대한 소문은 좋은 점에 대한 소문보다 훨씬 더 빨리 퍼진다. 사람들은 선거를 할 때 좋은 점을 추려내기보다는 나쁜 짓을 덜 한 사람을 뽑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할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것들을 많이 하고 인정을 받아도 나쁜 소문이 돌게 되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후보자는 당선되기가 어렵다. 본인이 아무리 포지티브 하게 자신의 업적과 좋은 점을 홍보해봐야 네거티브 선전으로 나쁜 소문이 돌게 되면 소용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그 소문을 바꾸기랑 상당히 어렵다. 그 소문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깃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거다. 흔히 말하는 물타기가 이에 해당한다. 연예인과 관련된 큰 기사를 터트린다던지, 아니면 다른 후보의 더 나쁜 점을 들춰낸다던가.


그리고 네거티브 선거는 또 다른 효과를 낳는데, 바로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은 흥미를 유발하지만 결국에는 많은 피로감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기대감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굳이 투표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전체적인 투표 인구가 줄게 됨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생긴다.


방송국에서도 포지티브한 점이 많은 사람보다는 네거티브한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을 더 많이 찾는 게 현실이다. 포지티브 하다-라는 것은 자극이 적어 결국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우나, 네거티브한 자극적인 옐로 저널리즘은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고, 그러한 관심은 곧 돈으로 바뀐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결과적으로 충분한 이득이 된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이득은 요즘 세상에 어떠한 것보다 중요하고 인정받는 가치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인들은 누가 더 옐로 한지, 더 자극적인지, 더 네거티브한 점을 펼칠 수 있는지를 경쟁한다. 흔히 말하는 착한 방송, 포지티브한 방송은 살아남기 어렵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더라도 좋은 점을 칭찬할 때보다 나쁜 점을 이야기할 때가 더 많고, 그러한 부분이 더 많은 공감을 받고 관계 형성이 잘되게 해준다.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음으로써 나의 주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그래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그 사람은 역시 그런 사람이었어.'라는 생각을 굳히고 안심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네거티브한 대화는 자신의 주변을 효과적으로 강화해주는 기능을 가진다.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모럴해저드가 큰 잘못이고 나쁜 것이며 당신에게 나쁜 점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은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 무엇이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포지티브한 면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을 사회의 상징으로 세우고 바람직한 성공의 모범사례로 홍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네거티브에 흥미를 갖지만 포지티브한 삶을 살기를 바라니까, 포지티브한 사람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이 오늘날의 현실에서 그것을 이루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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