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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Apr 02. 2016

직업적인 상실감

2015.03.11


  몇 달 전 종결한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하는 일도 유치원이나 학생들처럼 더 잘 자랐다거나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노인 관련 기관, 그중에서도 치매전문기관에서 담당자가 느끼는 상실감이란 생각보다 크다. 우리 어르신들께서는 어쨌든 더 건강해질 수 없는 몸이니까.


  그리고 오늘 어르신 한 분께서 요양원에 입소하셨는데, 가시는 요양원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어서 심히 걱정된다. 어르신께서는 치매가 있기 때문에 가실 때에도 그동안 잘 지내주셔서 감사했다고, 가셔서도 잘 지내시라는 인사도 하지 못 했다. 그리고 집에 가시면서 "우리 딸이 나를 너무 잘 돌봐줘서 이런 곳에도 다닐 수 있어요"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어르신께서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해본다.


  이제 곧 있으면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되는데 내가 오기 전에 계시던 어르신께서 24명 중 5명밖에 남지 않으셨다. 이 와중에도 나는 행동 증상이 더 적을 것 같은 어르신,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계실 수 있는 어르신, 케어 부담이 적은 어르신께서 오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건강이 악화되어 센터에서 계시기 부담되면 어르신의 종결을 반복하겠지, 이러한 일의 반복은 적응이 되는 듯하면서도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내가 하는 일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가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어르신들의 생활과 보호자들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종결하는 어르신들께서도 그만한 이유가 있고, 센터에서 계시는 것이 어르신께 해가 될 때에 종결을 한다는 나 자신이 갖고 있는 나름의 규칙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복지사인 내가 느끼는 상실감이라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직업과 나를 얼마나 잘 분리하느냐가 우선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잘 될 것 같기도,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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