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4
"저 지금 할 게 많아서 입원 못하는데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았나보다. 내 말을 들은 선생님은 2초 정도 생각을 하시더니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고 그 자리에서 나는 바로 1인실에 입원을 했다. 2009년 4월이었다.
그 후 임파선 부분에 있는 혹을 떼어 정확한 병명을 확인하기 위해 조직 검사를 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예상과 달리 림프종이 아니었고 구체적인 발병 위치를 찾기 위해 또 다른 검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CT, MRI, PET-CT,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의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면서 나의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4월 중순경 듣게 된 새로운 병명은 '생식 세포종'이라는 것이었다. 더불어 병이 진행되어 이미 임파선까지 전이가 됐고 그동안 등과 허리가 아팠던 이유는 임파선을 따라 등 쪽으로 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명이 달라짐에 따라 주치의가 변경되었고 이후의 치료계획을 세웠다. 그래도 그 당시의 나는 꽤나 긍정적이었는지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 지금 서울시 일원동에 소재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병명은 생식 세포종이라는 악성종양이에요 그러니까 암이라는 말이지요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에 있게 됐습니다. 한참 전부터 몸이 별로 안 좋고 그랬는데 전 그게 암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전에 맹장수술을 한다고 성지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사실 그게 맹장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수술한 이후로도 염증수치랑 계속 높고 열도 계속 나고 배도 계속 아프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응급실도 몇 번 왔다 갔다 했다가 결국 CT를 찍어보게 됐는데 내과 선생님이 CT랑 목에 생긴 부은 임파선을 보시더니 림프종이라는 암의 일종 같다고 말씀을 하셔서 삼성서울병원에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도 외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받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응급실에 왔다가 그대로 입원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조직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게 되었는데, 조직 검사가 림프종이 아니라 고체화된 암세포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림프종은 혈액암이기 때문에 고체화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PET-CT 도 찍고 MRI도 하고 이런저런 많은 검사를 해본 끝에 '생식 세포종'이라는 병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벌써 임파선이나 여러 곳에 전이된 상태라 초기는 아니고요. 1~4기 중에 3기입니다. 너무 전이가 되어서 수술은 불가능하고요 곧 항암치료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다른 종양에 비해서 치료가 잘 된다고 인터넷에 쓰여있더라고요 괜찮을 겁니다!!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는 것이 늦어서 죄송해요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모두 미안하고 감사드리고요
회장한다고 해놓고 병원에 있으니 원가대연 식구들한테도 미안하고요
가족이나 친구들이나 이래저래 미안한 사람들이 많네요..
그래도 다들 저에게 용기 많이 주시고 이 글 보시면 문자라도 하나 보내주십쇼!! 다들 사랑합니다 :)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세 가지였다.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5일 동안 맞으며 진행되었는데, 치료방식에 따라 한두 시간 가량만 주사를 맞고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5일 동안 주사를 맞고 보름을 댁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었고, 그게 1사이클이었다. 총 계획은 4사이클로 약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을 목표로 세워두었다.
그때의 나는 그 뒤로 시작될 항암치료가 그렇게까지 나를 괴롭힐 것이라고는 알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