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8
"엄마 힘드실 텐데 걱정되네요"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맞다.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신다. 자식이 없는 입장에서 자신이 낳은 아들이 아프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일지 가늠할 수 없지만 분명 힘들어하신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내가 작년 말부터 재발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엄마가 힘들어할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쓴 것처럼 내가 병원에 혼자 가고 싶어 하는 것도, 계속 울다 집에 들어갈 때는 정신 차리고 들어간 것도 엄마가 힘들어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밝아 보여서 다행이야"
정말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진짜 나는 괜찮을 테니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필하라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도 괜찮다고 보는 걸까. 표정을 밝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간과 시간이 들게 되는지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까.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도, 보호자도, 면회자도 나에게 심심치 않게 이야기한다.
"엄마 속 썩이지 말고 이제 아프지 마"
내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져 있다.
지난번 MRI를 촬영하기로 하기 전날 밤, 아버지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시는데, 네가 위로 좀 해드려라"
MRI를 촬영하고 결과를 들으러 기다리던 대기실에서 떨고 있는 나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네가 그러면 엄마가 더 힘들어"
어제 퇴원 후 줄곧 방황하는 나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엄마 속상하게 좀 하지 마"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엄마가 힘들 것도 알고 있고, 괴로워할 것도 알고 있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도움이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도움이 되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있다면 붙잡고 말하고 싶다.
나도 이렇게 힘들다고
내가 이렇게 괴롭다고
내가 이렇게 슬픈데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어떻게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나조차 제대로 알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나의 괴로움을 말하더라도 괜찮겠냐고
그렇게 말해도 당신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냐고
그래도 그냥 당신은 그냥 그대로 나를 바라봐줄 수 있냐고
나에게 괜찮냐 물어봐 줄 수 있냐고
내가 괜찮다고 대답하기까지의 괴로움을 헤아려줄 수 있냐고
그냥 그렇게 해줄 수 있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