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투병기

퇴원 했습니다

by 한승훈

2016.04.07


지난 4월 5일에는 예정대로 수술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항암치료 병동에만 있었는데 수술을 하려고 수술 병동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경증이 사람들이 많이 오더군요. 다들 머리도 있고, 컨디션도 괜찮고, 병상 회전율도 빠르구요. 아무튼 2인실에 하루 있다 다음날 6인실로 옮겼는데 재발한 사람은 저 뿐이라 어린 사람은 저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게 가장 많았습니다.


오후 세시 즈음에 하려 했는데 조금 늦어져 3시 30분쯤 수술실로 이동했습니다.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긴장되었습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무엇을 하러 온 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 근데 또 엄마랑 같이 있다 보니 아무렇지 않은척했습니다. 이런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시간이 지나고 훈련을 하면 힘들 때 그냥 마냥 힘들어할 수 있게 될까요? 아무튼 다행히 하반신 마취만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회복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찌그러진 폐를 펴려면 더 힘들기도 한데 제가 천식이 있어서 기관지 삽관을 하는 게 좋지 않아 척추마취로 하반신 마취를 했습니다.


척추마취라는 게 생각보다 아팠어요. 척추에 바늘을 찔러서 마취를 하는데, 시간도 좀 걸리고 아프기도 엄청 아팠습니다. 손에 꼽을 정도로 아팠어요.(금방 지나갔지만 말이죠) 하반신 마취라는 게 위에는 정신이 말똥말똥하게 있는 줄 알았는데 졸리게 하는 약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수술 시작 전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막 수술이 끝나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길어져 두 시간 정도의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에서 시간을 보낸 후 병실로 올라갔습니다. 수술은 잘 마쳤고 교수님이 통증이 좀 있을 거라 했는데 예상보다 통증이 더 심했습니다. 10점이 가장 심한 통증이라면 8점정도? 그래서 그날 밤은 고생을 좀 하고 다음날에는 3점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지금도 대충 3점 정도.. 걷거나 움직일 때 아프고, 눕거나 일어날 때도 통증이 좀 있어요. 백 미터 이상 걸으면 꽤 힘드네요. 다음 주부터 출근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이랑 주치의도 일주일 정도는 쉬어주는 게 좋다고 하긴 했는데 여유가 없으니..


퇴원은 본래 어제 예정이었는데 수술시간이 늦어져서 회복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서 목요일인 오늘 퇴원했습니다. 다른 암 수술보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른 수술이기도 해서 일찍 나올 수 있었어요.


이번 입원기간 동안은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형이 사온 만화책 AKIRA(이거 몰랐는데 엄청 두껍고 큰 6권짜리 완결판 소장본이 한 권에 2만 원이더군요)를 비롯하여 중간 즈음까지 읽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조지 오웰의 1984까지 다 읽었습니다. 그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에 입원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아껴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프라인으로도 온라인으로도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너무 우울해하지 말아야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승훈이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네" 같은 이야기를 한 사람이 적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방과 내가 아픈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는 이야기는 내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고 괴로운 걸 어느 정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꽤 어려웠어요. 힘들고 괴로운 티를 내서 그런지, 지난번에는 대화하는 사람의 반 이상이 그러한 말을 했는데 이번에는 거의 없었어요.

또 이 와중에도 연락이 없고 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역시 그냥 잊어버려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네요. 저도 역시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면 되니까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몇 명에게도 우선순위가 많이 밀리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거야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딱히 상처를 받진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상대에게 그 정도라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지요.


네, 일단 육체적 치료는 어찌어찌 끝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두려운 것은 이제부터 제가 겪게 될 시간이에요. 광활하고 넓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제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잘 이겨내 보겠습니다.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지요.


이번 글은 쓰기가 영 쉽지 않았어요.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적는 게 어딘가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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