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투병기

수술을 할 예정입니다

by 한승훈

2016.04.03


3월 31일에 차후 계획을 위해 진료를 받았습니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는 하지 않기로 했어요. 즉, 수술을 받고 나면 치료는 끝입니다. 걱정했는데 그래도 한숨 놓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엄마랑 같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수술한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해서 말이죠. 분명 재발해서 수술하게 된 것도 큰일인데 수술만으로 끝나게 되는 것에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계속 작은 일에도 잘 기뻐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술은 4월 5일입니다. 누군가 수술을 하기로 했다 취소해서 마침 자리가 하나 비어 그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보통은 한 달에서 두 달가량을 기다리는데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실제로 4월 5일 이후의 수술날은 5월 10일이더군요. 그래서 4월 5일에 하기로 하고, 입원 일은 내일입니다. 내일 삼성병원에 입원하고 5일에 수술을 받은 다음 6일에 퇴원합니다. 그리고 7일과 8일까지 집에서 쉬고 그 다음주부터 출근해서 평가 준비를 해야 합니다. 4월 14일이 건강보험공단 평가라서 말이에요


그리고 명확하게 일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몸 관리도 하고, 면역력도 올리고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원래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편이라 규칙적으로 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몸에 나쁜 음식은 안 먹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면역력 관리를 위해 다른 것들도 찾아보고 운동도 하고 그러려고요. 그렇게 몇 달 정도 쉰 다음 다시 일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프고 다시 재발한 사람을 잘 써줄 곳이 어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일을 그만두고 좀 여유롭게 살면서 여행도 가보고 그래 보려 합니다.


요 며칠 동안은 정말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정말...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고 계시니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셨을 텐데 댓글 달아주시고 연락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저는 누구보다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재발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말할 정신도 없었고, 굳이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dct 시크릿 게시판에 글을 쓴 것은 아는 사람들이 보면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 지인들이라면 글만 봐도 알 수 있어서.. 그래서 그런 식으로라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내일 입원하기 전에 몇 명에게는 따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알려야 할 사람에게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제 입장에서는 그러한 것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제가 아픈 것을 알렸을 때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저는 그 상대를 배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사람이니 이미 소용이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어차피 저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니 그 또한 소용이 없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저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먼저 아프고 힘들다 이야기를 던지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이제 저도, 상대방도 연락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2009, 2010년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아마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좋지 않은 일들이 몇 번 생겼던지라 벌어지는 일들에 모두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사건을 사건으로만 보고자 많이 노력했었어요. 그래서 슬픈 일도 그렇게 슬프지 않게, 좋은 일도 그렇게 좋지 않게 살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의미가 있는 것들이 남아있지 않아 사람이 텅 비어버리게 되더군요, 굉장히 공허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또 저는 가능하면 병원에 혼자 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보통은 같이 가서 누군가 의지를 받는 걸 좋아할 텐데 난 왜 그럴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혼자 가야 힘든 걸 힘들다고 티를 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게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제가 힘든 게 컨트롤이 되지 않아 혼자 있기를 바라는 것이더군요. 그런데 저는 삶의 기준 같은 것들이 타인의 안정 같은데 있는 편이라 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치료야 다행히 그나마 쉽게 끝나게 되었지만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저는 무엇을 잡고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고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는 인생은 아직도 너무나 길고, 긴 시간 동안 외로워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제가 지금 느끼고 있는 상실감이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무엇인가 또 다른 행복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부끄럽지 않게 살면서, 그냥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가진 채로 지내다 보면 나중에 무언가 어설프게나마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때로는 모르겠는 걸 모르겠는 채로 놔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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