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투병기

무릇 생의 상징과도 같은 것

by 한승훈

2016.03.19


오늘 두시에는 수진이 결혼식이 있었다. 어제는 평가 준비로 하루 종일 집중해서 일을 했던 터라 7시 30분이라는 보통 회사원이라 보았을 때, 야근이라고 할 수 없는 야근을 하고 퇴근했지만 유난스레 피곤함을 느꼈다. 계속되는 몸 상태의 좋지 못함의 이유가 정말 몸이 아파서인지, 그저 기분 탓인지, 방어기제의 신체화 증상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면역력이 떨어져서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생기는 입천장의 수포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라는 검색 결과가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잠을 자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일곱시 반 즈음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열두시 즈음까지 세 달 동안 성당에서 진행하게 된 성서 모임 자료 준비를 한 후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3월 중순의 오후는 무척이나 더웠다. 셔츠 위에 얇은 니트를 입고 간절기용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나온 것을 후회할 새도 없이 지갑을 놓고 나온 것을 깨달았다. 평생 지갑이나 전화기 따위를 놓고 나온 게 딱 두 번인데 첫 번째가 올해 2월, 두 번째가 오늘이다. 역시 아니라고 다짐해 보아도 마음이 심란하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들어가 지갑을 챙겨 나온 것도 잠시 돈을 뽑아 가려던 목적을 망각하고 지하철에 진입했다. 아차 하는 마음에 예식장 주변의 신한은행을 검색해 돈을 뽑아 들어가니 결혼식 10분 전이었다. 신부 대기실에 들어가 수진이에게 잠깐 인사를 한 후 아는 사람이 전무하여 식장 맨 뒤에 섰다. 비교적 작아 보이는 예식장은 오프닝부터 신부 입장까지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며 맞이하는 독특한 개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내 결혼식이 시작되었는데 문득 나의 검진 결과를 보는 날이 삼일 뒤라는 것이 겹쳐지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되었다. 수진이와 종인이는 당연히 기쁘고, 식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생의 기쁨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수진이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지금 나의 상태가 삶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실제가 아닌 브라운관으로 비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릇 결혼식이라는 것은 생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니 결혼은 물론, 생도 장담할 수 없는 지금의 나는 식장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서글픈 기분이 되었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세계가 나의 세계가 될 수 없음을 느끼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예식장에서 울 수도 없었던 나는 결혼식을 끝까지 보았으나 사진까지 찍기에는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여 미리 나와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기분전환이 될까 하는 마음에 지인과 주토피아를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았다. 간만에 본 그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생각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영화 속 주디와 닉은 어려움과 편견을 깨며 인생과 영상의 주인공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좋지 않은 생각들이 알콜과 같았으면 좋겠다. 금방 휘휘 날아갈 수 있게 말이지 술이라도 마실 수 있다면 이처럼 생각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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