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7
매일같이 미열이 난다. 37.3-37.5 정도, 두통이 오전, 오후 계속 있고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으며 시간과 상관없이 항상 피로하다. 생각이 선명하고 뚜렷하게 되지 않고 생각을 하는 것이 힘이 든다. 매일 아침 먹는 비타민처럼 하루에 한 번씩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는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물리적, 신체적으로 괴로워서 일을 그만두고 그저 요양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주 화요일 밤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CT를 찍었다. 본래 4월이 정기검진 날이나 자각증상이 있고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한 달 정도 검사와 진료를 앞당겼다.
사실 물리적인 자각증상은 작년 말부터 있었다. 지난번 투병할 때와 같은 부위에서 물리적인 증상을 보였는데, 그냥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2월 경 다른 질환일 가능성을 보고자 1차 병원에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먹었는데 약을 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상세불명의 질환인 건데 요즘 몸 상태와 증상을 보았을 때 사실 괜찮을 가능성이 많지 않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지만 50대 50 정도로 보고 있다.
검사와 진료 일정을 바꾸면서 센터장님께 변동된 일정에 따라 쉬기 위해 말씀을 드렸다. 사실 진료는 금방 끝나겠지만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심리적으로 좋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그냥 하루를 통으로 쉬고 싶었다. 하지만 진료를 받는 날 오후 5시 30분에 월례회의가 있었고, 나는 그 회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었다. 연차도 아니고 이번 달 당직이 두 번이라 발생되는 대체휴무를 진료 날로 정한 것인데 회의가 있으니 진료를 미룰 수 없냐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타인은 타인일 뿐, 나의 생사보다는 센터의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타인을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저에게는 생사가 걸린 일이라서요"라고 대답을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재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재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내 몸 상태가 이러한 원인을 다시 찾아야겠지, 나에게는 약간의 안도감만 있을 뿐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 다른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멀쩡히 살아가다가도 순간 괴로움이 나를 덮고 이를 주체할 수 없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왔다 갔다 하고 무섭다. 무서움을 알고 있으니 더욱 무서웠다.
괴롭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괴로운 일이란 재발 후 치료를 받고, 내가 그다음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 치료를 받을 새도 없이 사라진다고 하면 물론 아쉬움이 크겠지만 크게 괴롭지는 않을 거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 생을 보내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니, 때로는 삶의 모양을 고민해야 할 필요도 있다.
어제 신부님과 둘이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면 마음에 편해지니까요"라고 말을 하는 나를 보고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건 그냥 포기하는 거 아니에요?" 포기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히 다르지만 분명 비슷한 심리적 과정을 가진다. 물론 나도 내가 받아들이는 것인지, 포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하면 마음의 평화가 오지 않을 것이고, 받아들인다면 마음의 평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료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당연히 결과가 좋기를 나는 바라고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포기하고 있나 받아들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