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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Jun 25. 2016

'백엔의 사랑'을 보고

2016.06.19


  이치코는 히키코모리에 한심하다. 이치코는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으며 자신이 필요해 찾아온 그 남자는 너무 쉽게 그녀를 버리고 떠나간다. 백엔샵에서는 유통기한 지난 빵을 동네 아주머니에게 매일 주며 이용당하기도 하고, 마흔이 훌쩍 넘은 변변찮은 직장 남자 동료를 거절하지 못해 데이트를 하고 이후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린다.


  동생과 싸우고 집을 나와 백엔샵에 알바를 하는 이치코는 생각보다 열심히 산다. 살아야 하니 살아가는 이치코는 생각보다 멍청하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치코는 되지도 않는 일을 겪으며 복싱을 '열심히' 하게 되기는 하지만 열심히 달리는 만큼 좋아지기에는 그녀는 너무 늦었다. 서른둘인 이치코가 복서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일 년이 채 안 남았다. 이치코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염색이 남아 지저분하게 된 부위의 머리를 자르면서까지 승리하기 위해 애쓰지만 서른둘에 고작 몇 달간 노력했다고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변한 이치코의 태도는 가족을 포함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사실 인생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이치코의 인생은 백엔짜리 제품만큼이나 가볍고 가치가 없다. 유통기한 빵 취급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무엇이 되든 해보아야 좋아할 수 있고 증오해야 상대를 때릴 수 있다. 움직여야 된다는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우리는 중간까지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가.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기는 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한방 날릴 수 있는 왼손 펀치를 가지고 있으며 가족이나 주변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우리는 펀치를 날리고 펀치를 맞아가며 쓰러질 듯 아닐 듯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때리고 맞다 보면 언제는 이길 때도 있다. 그런 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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