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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Nov 22. 2016

인간과 시스템

2016.04.19


  세상을 유지해가는데 중요한 요소는 규칙과 법이다. 기본적으로 법과 규칙이란 사람을 돕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지만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과 규칙, 도덕으로 인간의 삶을 돕고 행복만들고자 한다.


  시스템도 그러한 이유로 만들어진다.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살고 다 함께 일을 하며, 지휘체계에 따라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다. 물론 선출 방식에는 과거와 현재에 있어 큰 차이가 있지만 인류의 역사에 있어 집단의 권력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고 권력자는 집단의 구성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존재한다. 권력자와 집단의 구성원은 더 안정적으로 집단을 이루어내기 위해 시스템을 만든다.


  즉, 도덕도, 규칙도, 법도, 시스템도 인간을 통제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이나 그럼에도 인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하여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다시 말해 이 모든 것들이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고,  좋은 영향을 주었을 때만이 존재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한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을 잡아먹는다. 권력자는 그룹원을 위한 선택을 하기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위하시스템을 바꾸어가며 권력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기에 바쁘다.권력이 인간에게서 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인간을 깎아 권력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렇게 되면 이제 인간을 위해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간이 소모된다.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규칙을 위한 규칙이 만들어진다. 인간에게 이로운 것에 대한 고민은 뒷전일 뿐 아니라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아니니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권력자는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 아래 넣기를 바라고 그는 비효율적이고 수직적이며 경직된 조직문화를 만든다. 실 담당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업무 실행자는 그저 상명하복에 따라 움직인다. 관리를 위한 관리가 만들어지고 그 관리를 위한 또 다른 관리가 만들어진다. 결국 인간을 위해서가 아닌 권력자를 위한 조직체계가 구성된다.  무언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관리를 하는 모든 조직체계에 보고를 하고 권력자의 선택에 따라 그것이 이루어지고 변경된다. 권력의 구성원들은 권력자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실 업무자를 쥐어짜고  타당한 업무를 실시하기보다 더 좋은 보고를 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러한 시스템의 모습은 당연한 것이 되고, 권력자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들을 당연하게 느낀다. 인간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를 조직에서 쫓아내고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조직의 구성원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느끼며 굳이 풍파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

권력자를 위한 시스템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인간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내기보다 권력에 가까워지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 나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느낀다.


  세상에는 이미 인간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안타까운 사실은 권력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들도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도, 행동의 기준도 인간을 굳이 맞추지 않아도 용인되며 인간에게 맞추는 것이 어리석은 사회가 되어버렸다. 인간을 위해 행동한다고 해서 존중을 받는 것도 아니요, 도리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권력을 포함한 순위를 가리는 모든 것들을 만들어지는 데 있어 반드시 낮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기본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있어 시스템과 조직이 존재하며 그들이 없이는 권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보다 중요하며, 어느 누구 빠짐없이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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