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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Jul 16. 2016

길냥이의 삶

   

길냥이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는 녀석들이 단지 불쌍하다거나 흥미롭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눈빛에 남은 야생성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번잡한 도심을 서식지 삼아 살아가는 동물들은 도시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자기 신체의 일부를 퇴화시키면서 그렇게 지리멸렬한 생을 이어간다.   


 비대한 몸뚱이로 토사물에 남은 알곡의 찌꺼기를 쪼는 비둘기가 언젠가 날지못하는 닭처럼 되는건 시간문제다. 퍼덕거려봐야 구구한 목숨일 뿐이다.  


 주인을 잃은 개도 젖은 눈빛으로 시선을 피해 도망가기 바쁘지 빈 허공을 향해 한번 시원하게 짖지 못한다. 가끔 소리를 낼때도 그르렁 그르렁 목구멍 안으로 분노를 삼킨다. 속이 깊은건지 주눅든건지 알수 없다.  


 오직 고양이만이 눈싸움을 마다않는다. 독오른 눈으로 현실을 직시한다. 선의인지 적의인지 분간하기 위해 끝까지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값싼 동정에 쉽게 고개숙이지 않는다. 느릿느릿 달빛 쏟아지는 골목길을 굽은 등으로 어슬렁 거리다가도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질 줄 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변화를 지켜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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