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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ug 12. 2016

영화 <터널> 후기

클리셰가 되어버린 현실

"구조신고를 받고 동문서답하는 구조대, 부실시공으로 인한 대형참사, 사고현장에서 피해 가족들과 기념촬영하는 정치인, 큰소리 치지만 책임지지 않는 정부, 잘못된 설계도로 인해 난항을 겪는 구조활동, 구조기간이 장기화되면서 비등하는 비난여론, 서울까지 왕복 시간 단축을 위해 혹은 집값을 위해 기꺼이 한 사람을 포기하는 사람들, 특종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언론, 장관님 도착하실때까지 응급구호를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공무원, 생존 기록을 스포츠 중계삼는 기자, 구조 중에 희생되는 선량한 시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

영화 에서 볼 수 있는 설정들이다. 그러나 꼭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설정은 아니다. 영화 <터널>은 대중의 의식속에 잠재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불행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외국에도 재난영화는 많지만 이런 설정들은 우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다. 이는 영화적 상상이나 과장이라기 보다 이미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객관적 현실의 반영 아닐까.

영화가 현실을 넘어선 그 어느 지점에서 사람들의 공포와 환상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부조리가 오히려 영화적 상상력을 제약하는 그런 상황. 어떤 재난 영화가 이토록 부조리한 캐릭터들과 설정의 연속일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 "다 꺼져 개새끼들아"는 80년대 학교라는 상징적 공간의 부조리를 그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마지막 대사 "대한민국 학교 족구하라그래"를 연상케 한다. 공간만 학교에서 생존이 희박한 폐쇄공간(대한민국)으로 바뀌었을 뿐 부조리의 문법은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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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에 대한 짧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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