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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21. 2015

견디는 삶에 관하여

“뜬눈으로 밤새 거리를 지킨 건 수조 안 횟감들이다.” 로 시작하면 어떨까 생각해놓고 덜컥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횟감이라니. 그 말에 그들의 칼날 같은 목숨이 담겨있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 또 그렇게 규정하고 말았구나 싶었던 거지. 활어라고 불러도 미안한건 마찬가지야. 쉴 틈 없이 주입되는 산소와 간헐적으로 주어지는 먹이만으로 그 좁은 틀 안에서 얼마나 활발할수 있을까.

기만이야.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사각의 투명 유리상자 안에서 뻑뻑한 눈으로 유리벽 건너편을 응시하는 한 무더기의 그들을 마주했어.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 바닥은 차갑지 않니. 바닥에 납작하게 몸을 밀착한 박제같이 굳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어. 뜨거우면 매운탕이지. 활어처럼 보이겠어? 부러질 것 같은 음절들이 하얀 거품 사이로 보글. 보글. 올라왔지. 죽어서까지 삶의 흔적을 보여주는 게 내 몫이거든. 그랬구나. 역시,

기만이구나.


사람들이 원하는 건 보드라운 살점이 아냐. 퍼덕거리며 살려고 애썼던 삶의 흔적이지. 가상의 바다 그 좁은 세상에서 건져 올린 가시 돋친 생이라는 건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을 거야. 살아있는 동안 그저 묵묵히 견뎌내는 수밖에. 이만 돌아가. 파란불이야. 너도 너의 수조안에서 자유롭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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