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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21. 2015

수고하셨습니다.

왜 미용사들은 머리를 감겨 준 후 우리에게 수고하셨다고 말하는가.

넘어질 듯 뒤로 기댄 채 머리를 맡기고 있으면 눈 위로 작은 수건이 올라온다. 멀뚱히 눈을 뜨고 있기 민망한 상황이다 보니 알아서 눈을 감긴 하지만 그런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나는 수산코너 매대 위에 얌전히 누워있는 고등어의 사체를 생각한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한 세상 마감한 녀석도 이렇게 작은 수건 한 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곧 자신의 몸뚱이 위로 날아드는 칼날을 뜬 눈으로 바라보는 건 견디기 어려운 순간 일 테니 말이다. 어찌 보면 삶의 매 순간 우리에겐 필요한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수건 한 장 따위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의 칠할 이상은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은가. 나머지 삼 할의 불편함, 이를테면 그녀의 조심스러운 숨소리라든가 필요이상 상냥한 손길이라든가 그런 건 그냥 참아야지 별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그랬듯 잠시만 참으면 된다. 얇은 수건 한 장 없이 뜬 눈으로 구매자를 기다리며 저온의 고통을 견뎌야하는 고등어에게도 마지막은 있기 마련이다. 버티다 보면 다시 시야는 밝아올 것이고 불편을 이겨낸 자만이 들을 수 있는 축복의 음성도 들려올 것이다. 견뎌낸 당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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