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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May 30. 2018

김제동이 헌법책을 낸다고? 그래서?

개그맨 김제동이 헌법 책을 낸다고 한다. 김제동은 이미 수차례 공공연하게 헌법에 상당한 소신과 관심을 보여왔기에 나는 그 사실이 그렇게 이색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몇몇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소식을 들은 페이스북의 누군가는 헌법의 기초도 모르는 김제동 '따위'가 책을 낸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었다. 자기가 아는 학자들도 책을 낼때 만큼은 굉장히 신중을 기한다나.


나는 법을 소수의 학자나 판관들이 독점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낼수 없다고 본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심 있고 재주 있는 사람이 책을 쓰는 건 권장해야 할 일이다. 설령 김제동이 학문적으로 깊이는 없을지 몰라도 이 책을 읽고 헌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법과는 무관한 대학을 나온 방송인(또는 희극인) 김제동이 헌법책을 낼 수 있는 사회가 진짜 열린 사회다. 김제동이 무슨 학술적인 목적으로 헌법 교과서를 내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이 문제에 학벌을 운운하는 태도 또한 무척 유치하다. 그가 최종학력이 고졸이든 중졸이든 나이 먹고 공부해서 얼마든지 한 분야에 성취를 할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 졸업 당시의 성적으로 위계를 정하고 그 위계에 순응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성인이 된 이후의 공부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고등학교 서열만 믿고 나이들며 퇴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정말 한심하고 고루한 사람들 아닌가. 법전공이 아닌 김제동이 헌법을 공부하고 책을 한 권 엮을 때 까지의 노력은 노력이 아닌가.


오히려 나는 이런 저술 활동은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헌법이 교수나 법조인 같은 특정한 누군가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일반인의 시선으로 헌법을 이야기 할 때, 법조인들이 놓칠 수 있는, 보다 신선한 인권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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