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엔 한 아름에 감싸 주겠다고
두팔 있는 힘껏 벌려 찢어지는 고통과 맞서던 너
결국 너덜너덜 해진 몸으로
쓰레기통에 내던져질 운명이었던 것을
애초부터 거추장스레 맞지 않는 옷이었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라지만,
지루한 레이스를 마친 마라토너 같이
온 몸을 벌려 브이자를 만들어보이는
너의 임종을 나는 그냥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구나
언젠가 나에게도
애써 브이자를 그리며 세상 떠날 날 오겠지.
알맹이 성한 놈으로
한권 던져놓고 가는,
그런 날 오겠지.
<띠지를 버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