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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21. 2016

죄 짓고 살아야 하는 세상

영화 '자전거도둑'(1948, 비토리오 데시카) 후기

고기요리와 피자를 사주고 싶었지. 가족수당과 시간외 수당이 보장되는 탄탄한 직업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부르노의 허기진 눈망울에 잠시 웃음이 스칠때 조차 안토니오는 목이 메이네. 힘차게 밟아 나갈 페달이 없으니 이제 아이의 목구멍으로 눈물만 꿀꺽꿀꺽 넘어가겠지. 종일 거리를 뒤지고 다녀도 흔한 바퀴자국조차 찾지 못하네. 자전거는 흙으로 빚은 숟가락. 입으로 가져가면 모래알처럼 버석거릴 것 같은 희망이었네. 모두 죄짓고 살아야 하는 세상.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는 부르노에게 삶은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 아비의 눈물같은 것. 많은 걸 바라는게 아니었는데, 단지 고기요리와 피자를 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안토니오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거야. 죄짓고 살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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