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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Jul 14. 2018

가끔쓰는 독서일기

<“불편한_미술관" (김태권/창비)>

미술은 넓고 막막하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어디가서 그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는 못한다. 적어도 미술 애호가라면 복잡한 미술사와 다양한 유파, 표현기법과 양식, 시대의 배경과 작품 이면의 스토리들을 꿰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심적 부담이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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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권리가 인권이지 뭐." 쉽게 생각 할수도 있지만 모든 국제적, 사회적 이슈에 인권의 의제들이 빠지지 않는데다가 근세기 이후의 철학과 정치사상적 지식에 역사적 맥락까지 꿰고 있어야 하니 인권이라는 주제 역시 막막하긴 미술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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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불편한 미술관>은 인권의 잣대로 미술작품을 읽어낸 책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민들에게 조금 더 쉽게 인권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불편'시리즈의 연장선이다. 인권과 미술이라는 두 막막한 개념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 책을 집필한 김태권은 미학을 전공한 만화가다. 전작인 <십자군 이야기> 같은 만화책은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와 뻬곡한 텍스트 때문에 그리 끌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 책에서는 미학자로써의 지성과 만화가로써의 위트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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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성적 대상화. 결핍. 장애. 타인의 고통. 이주. 인종차별. 스테레오타입. 노예매매. 성폭력. 자기결정권. 성소수자. 제노사이드. 전쟁. 신체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혐오. 검열. 반달리즘. 신앙의 자유. 고령사회. 안락사. 개인정보. 지적재산권. 동물권. 등 인권의 다양한 주제들을 짧고 경쾌한 문장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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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된 작품도 다양하다. 인권을 주제로 한, 비교적 얇은 미술책이라고 해서 젠틸레스키, 고야, 피카소, 쿠르베, 케테 콜비츠, 프리다칼로와 같이 기존에 많이 알려진 작품해설의 동어반복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소개된 작가와 작품의 폭이 예상보다 넓고 방대하다. 다만, 너무 다양한 주제와 작품을 집어넣으려다보니 작품의 이미지가 다 실리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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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은 우리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규정하며 인권의 문제는 선악의 구도가 아니라 '배려'와 '무신경함'의 구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권의 범위가 넓어지고 미분화되는 시대를 살면서 무언가 정답을 내놓기 보다 불편한 질문을 남기려는 의도가 좋게 읽혔다. 창비에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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