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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ug 02. 2018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치유를 위한 독서 <‘옵션B’ 후기>

"행복의 한 쪽문이 닫힐때, 다른 쪽 문이 열린다. 하지만 우린 닫힌 문만 바라보느라 우리게에 열린 또 다른 문을 바라보지 못한다." - 헬렌 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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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하루 푹 쉬었습니다. 그래도 아침 기상이 습관이 되어 오래 잠을 자진 못했습니다. 아홉시쯤 일어나 어지러진 옷가지를 정돈하고 마트 오픈 시간에 맞추어 굴을 사왔습니다. 며칠 전 매형이 보내준 매생이를 한타래씩 비닐에 싸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기억이 났거든요. 늦잠 기술자 아들로미와 설거지 1급 자격증 보유자 아내에게 매생이 굴국을 끓여 먹였습니다.

오후엔 아들로미와 수년 만에 사우나엘 갔습니다. 언제인지 모를 오래 전부터 혼자 등을 밀었기 때문에 꽤 많은 때가 나왔을테지만 아들로미는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묵은 때를 밀어주었습니다. 이 쉥키 돈이 다 떨어졌나봅니다. 등을 밀며 군대 입대하기 전에 상하차 알바를 하겠다는 둥 협박 아닌 협박으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더군요. 등언저리가 따가울 정도로 목욕을 하고 나와 매운 갈비찜에 소주 한병을 나누어 마셨습니다. 곧 입대할 녀석을 앞에 앉혀놓고 소주 한 병을 비우는데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스무살 무렵의 내가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술을 넘기다 순간 목이 메일 뻔 했습니다.

찜질방안에서는 작년 말에 구입한 <OPTION B>를 마저 읽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여러 권의 책을 기분 내키는대로 잠깐씩 들여다보는 저로써는 찜질방처럼 여러권을 가져가기 어려울때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마침 눈에 띄는 책이라 집어 들었는데 읽는 내내 펼쳐지는 이야기에 내 삶의 경험을 대입하면서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OPTION B>를 쓴 셰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자 중 한사람입니다.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던 셰릴은 어느날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과 마주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느닷없이 닥쳐온 상실과 고통을 딛고 또 다른 삶을 끌어 안습니다. 내면 깊은 곳에서 그치지 않는 비명에 귀 기울이고 그 고통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에 감사하며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희망의 근거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지 못합니다. 고통은 회피하고 무작정 이겨내야만하는 적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더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길 원하지만 그럴수록 내면은 무너져가지요. 작든 크든 고통은 삶의 동반자입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지 않으려면 고통을 인정하고 끌어 안아야 합니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의 심정적 지지를 기반으로 아직 남아있는 소중한 것들을 볼 줄 알아야 비로소 또 다른 삶이 펼쳐지겠지요.

느닷없이 닥쳐오는 불행이 꼭 자신의 잘못은 아닙니다. 또 그것으로 자신의 삶의 모든 영역이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지요. 물론 그 사건으로 인한 여파는 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지 더 커지진 않을 겁니다. 언제 어떤 일이 닥쳐올지 모르는 인생, 우리가 언제나 option A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비록 처음부터 원했던 삶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option도 내 삶이긴 마찬가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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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독서일기1. 셰릴 샌드버그, 애덤 그랜트 저 <opt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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