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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02. 2018

영화 <인 디 아일>, 시로 쓴 후기

우리 삶은 어디로 통하는가

잘 들어봐. 지게차가 울먹이고 있어. 수직으로 올라가며 직선의 음을 내뱉다가도 땅이 꺼질듯 한숨 내쉴때 어깨가 들썩이는 거. 봤니? 들려? 밀려오는 물결. 꼬물거리는 모래알. 지게차는 파도처럼 철썩거리지. 사방이 막혀있는 수조같아. 펄떡이며 용을 써봐도 빠져나갈 틈 없는 세상. 가로 세로 직선으로 움직이는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빙상위 피겨스케이트 선수처럼 쓸쓸히 늙어버린 지게차 기사 부르노와 매일 유니폼으로 문신을 숨겨야 하는 신참 크리스티앙은 사장 눈을 피해 유통기한이 지난 소시지를 씹어먹지. 탈출은 못하고 다만 규칙을 깨며 살아있음을 느끼는거야. 이발소 그림같은 야자수 배경으로 카푸치노를 즐기던 마리온은 기껏 야자수 퍼즐을 맞추며 고통을 삭히는 여자. 크리스티앙과 마리온은 진열된 사탕과 맥주병 틈새로 서로를 지켜보네. 사랑또한 규칙이라서 깨뜨리지 않으면 다가갈 수 없어. 엉성한 집게에 대롱대롱 매달린 삶, 눈에 보일때마다 포장끈을 챙겨두렴. 탈출할때 요긴할거야. 부르노는 그렇게 떠나가지. 하늘 한번 볼수 없는 일상. 폐쇄회로 안에 담긴 건조하고 규칙적인 집단 노동의 공간. 이 곳은 통로랬지. 통로. 단지 거쳐가는 곳. 어디론가 통하는 길. 지금 우리 삶은 어디로 통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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