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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Nov 04. 2018

<완벽한 타인> 칭찬만 할수 없는 이유

영화 <완벽한 타인> 후기

왜 하필 개기월식인지도 알겠고 감독이 뭘 얘기하고 싶었던건지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 대한 도를 넘는 찬사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연극무대를 연상케 하는 좁은 세트장에서 개성있는 배역을 소화해내는 연기자들이나 완급을 조절해가며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려낸 밀도있는 연출력이 돋보이긴 하나 원작이 따로 있다니 독창성이 뛰어난 영화로 보긴 어렵겠다.


원작 : Perfect Strangers(2016) 이탈리아

무엇보다 여성과 소수자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불편했다. 남성들의 40년 우정이 이어지는 모임에 배우자들이 줄곧 동석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가 하는 의문은 고사하고라도, 이 모임에 참여하는 여성은 끊임없이 편을 가르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에 반해 남성은 부끄러운 비밀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연대한다. 남성들 사이의 갈등은 사회적 위계(학벌)로 차별을 당하거나 커밍아웃과 같이 '남자끼리의 믿음'이 무너지는 상황에서야 드러나며 그런 갈등 마저도 "남자답게" 봉합되고 만다.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수현'(염정아 분)인데 그녀는 자신에겐 관심조차 없는 남편에게 사랑을 갈구하다가 결국 남편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며 행복을 느끼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테라스 씬에서 나오는) 백년해로하는 부부가 여성이 바라는 '행복의 종점'이라고 강변하고 싶었겠지만, 영화가 보여준 수현과 태수는 이혼만이 답인 관계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어법대로 '들키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화목하게 살수 있다고 치더라도 수현은 지나치게 백치같고 그녀의 삶은 너무 억울하다.  


게이로 의심받던 태수(유해진 분)가 동성애 체위를 묘사하는 장면 역시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이어지는 장면에서 게이로 의심받을 때의 고충을 피력하며 친구 영배(윤경호 분)의 아우팅을 응원하지만 그건 적당한 결말을 내기 위한 위선으로 느껴졌다. 영화의 주제처럼 비밀을 존중하는게 관계를 유지하는 기본이라면, (비밀스러워야 할) 누구의 애정행위도 웃음거리로 만들어선 안되는 것 아닐까. 짜임새있는 영화이긴 해도 소문만큼 즐거운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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