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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21. 2016

불륜과 남미라고?

<소설 '불륜과 남미'(요시모토 바나나) 후기>

남미는 나에게 어떤 이미지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남미라는 말에서 구체적인 시사문제나 역사적 사건 보다는 이국적이고 혼란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 만큼 무식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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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식함은 낯섦과 맞닿아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몇몇 도시의 이름과 이런저런 책들에서 읽었던 인물들이 그 대륙에 대해 내가 떠올릴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 언젠가는 한번쯤 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해외여행의 기회가 생겼을 때는 항상 맨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곳이 남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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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불륜과 남미>는 매우 도발적인 제목의 단편 소설집이다. 남미라는 대륙도 이질적인데 '불륜'이 더해지니 마치 금서라도 되는 듯 느껴진다. 사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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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편의 짧은 소설엔 모두 아르헨티나의 이런저런 도시들을 여행 중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주인공들은 모두 불륜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도덕적 일탈로 인한 일상의 파괴로 괴로워하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인생사에 흔히 마주치는 인간관계로서 불륜을 담담하게 혹은 경쾌하게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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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주제로 했다고 해서 음탕한 묘사나 농염한 대사들을 기대할지 모르겠지만 (난 기대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것은 없다. 대신 작가의 시선은 소소한 가정사나 남미의 이국적 풍경, 여행에서 느끼는 쓸쓸함 등으로 향한다. 여행지의 풍경은 강렬하게 소소한 일상의 편린들은 감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3-40대 여성취향이다. 작가가 딱 그 또래에 남미여행중에 쓴 소설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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