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不ON 문화

보물을 가질 자격

문을 닫는 <삼일로 창고극장>을 보며

by 무너

점심 산책을 나가면 십중 팔구는 삼일로 창고극장을 지나게 된다. 남산으로 향하는 모퉁이 골목, 명동성당을 낀 나즈막한 언덕길에는 '예술은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안을 줄 수 있습니다.' 라는 슬로건이 내걸린 <삼일로 창고극장>이 폐가의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스러질 듯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극장으로는 최초로 세워진 곳이고 '빨간피터의 고백'이니 '대머리 여가수'와 같은 명작들이 공연된 우리 연극계의 산 역사와 같은 장소라는데 불행하게도 이 극장은 내년부터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때 운영난 때문에 태광그룹에서 지원도 받았지만 최근에는 지원도 끊긴 상태고 건물주가 재건축을 위해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극장 운영자가 더 버틸수 없었던 모양이다.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해놓았다지만 아직 금전적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나.


극장의 담벼락에 닫힌 철대문에 적힌 시 한편이 극장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아쉬운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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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류'의 나라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참 씁쓸하다. 우리는 정말 삼일로 창고극장과 같은 보물을 다시 만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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