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不ON 문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너 Oct 20. 2019

영화 <니나 내나> 후기

결국, 사람으로 치유받는


영화 <니나 내나>의 대사는 거의 부산 사투리다. 높낮이가 심한 억양이 익숙하지 않아 몇군데 대사를 놓치기도 했다. 부산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감안하고 봐야한다. 그래도 이 영화를 통해 부산말이 거칠고 우악스럽지 않은, 나긋나긋하고 정감있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이하게 집나간 엄마가 등장하는데 엄마가 가출한 원인이 정확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단지 “아부지 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며 아내의 품에 안겨 울먹이는 주인공 경환(태인호 분)의 대사를 통해 아버지의 외도나 폭력, 또는 둘 다 일거라 짐작할수 있었다. (아버지는 결국 정신회로에 문제가 생긴 후에서야 정겨운 아버지의 모습을 회복한다. 아아. 이땅의 아버지여.)


자식들 모두 집을 버리고 나간 엄마의 존재를 달가워 하지 않는데 그건 자신들을 버렸다는 이유도 있지만 나중에 사고로 죽은 남자형제 수완의 빈소에 와서 거액의 보상금을 챙겨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엄마와의 인연을 끊고 살던 어느날 엄마로부터 보고싶다는 편지가 오고, 경환은 고민끝에 형제들과 함께 엄마를 보러 길을 나서지만 그 길 위에서 엄마의 부고를 듣게 된다.


엄마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길에 우연히 합류한 남매(자매)라는 설정에서 얼핏 고레다 히로카즈의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떠오르는데 잔잔하고 소소한 영화 분위기도 흡사하다.

여러 영화에서 처럼 이 영화에도 세월호는 둘째 아들의 사고사로 변주된다. 80년대 광주가 그랬듯 세월호는 남다른 감성의 촉을 가진 우리시대 예술가들에게 씻지 못할 원죄같은 의미 아닐까.


다행이 <니나 내나>에서는 자식을 잃은 아비(어미)의 고통이 가족애의 사회적 확장으로 치유되고 있다. 시대의 고통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메시지로 읽으면 될까.


끈끈하면서도 버겁기만 한, 해체 직전의 가족관계 역시 신이 아니라(내림굿을 받으려고 무던히 애를썼던 큰누나의 노력이 아주 무의미한 건 아니지만) 사람을 통해 복원된다는 결말을 보면, 그렇게 읽어도 크게 틀린것은 아니겠다.


지난 주 목요일 영화배우 태인호의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는, 존경하는 지인의 초대로 갔던 시사회에서 개봉 10일을 앞두고 미리 본 영화다. 기생충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장혜진과 태인호, 이가섭, 이상희, 김진영 등 역량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꼼지락거리며 사느라 후기가 늦었다.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진 못하겠지만 영화가 잘 되면 좋겠다.


<영화 '니나 내나'(이동은) 후기>
#영화후기 #무느와르



매거진의 이전글 ‘아비없는 두 세대’를 잇는 공감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