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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01. 2019

생초보의 드로잉 연습

주말에만 그리는 초보작가의 그림일기 -3

사실 연필드로잉을 배우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물론 입시미술을 해본 적이 없으니 기초가 탄탄하다고 할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고작 연필 드로잉이나 배우자고 미술학원을 온건 아니니까요. 기초도 없으면서 얼마나 대단한 그림을 그리겠다고 그런 건방진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튼 연필 드로잉을 하라는 선생님의 요구에 대뜸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한 연필과 지우개를 찾아 볕이 바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선생님이 도판을 몇권 가져와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원통모양, 육각체 모양 석고 데셍을 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선긋기나 원그리기를 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입이 나와있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니 다행이지 뭡니까. 솔직히 취미로 그림좀 그려보겠다고 와서 입시미술처럼 스트레스 받아가며 할건 아니잖아요.

기초 드로잉에 빠지지 않는 석고데셍. 제 그림은 아닙니다. (출처 : https://www.picuki.com/media/1989245988712574196)


허허벌판에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찍은 흑백 사진 한장을 골라 이젤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젤앞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려고 보니 뭔가 불편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던 저의 자세가 이젤에 맞지 않았던 겁니다. 어려서부터 미술지도를 받아 이젤에 익숙한 사람들은 팔꿈치 관절을 축으로 팔 전체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나 저는 필기할때 펜을 잡는 방식대로 연필을 잡고 손목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당연히 곧은 자세로 앉아 도화지를 정면으로 봐야하는 이젤이 맞지 않았겠죠.

연필 깎고 잡는 법입니다. 출처 : http://wonartschool.com/xe/index.php?mid=notice&m=1&document_srl=249836

이젤에 도화지를 올려놓고 팔 전체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공부하듯 책상에 도화지를 올려놓고 그림을 그릴때와 보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림 전체의 비율이 정확해집니다. 또 붓이든 펜이든 큰 그림을 그리는데 팔 전체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게 되면 그림의 규모가 커져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초를 배울때 잘 배워야 하나봅니다. 이젤에 딱 붙어서 첫번째 그림을 그리면서도 불편한건 어쩔수 없었습니다. 가끔 도화지를 무릎에 올려놓고 드로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드로잉을 할 때 펜을 잡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짧게 잡고 세워서 그릴때와 길게 눕혀서 연필의 면을 이용해 그릴때의 질감이 다릅니다. 가는 선을 여러번 겹쳐서 명암을 조절하기도 하고 흑연을 힘껏 뭉개듯 눌러서 어두운 곳을 더 깊게 표현하기도 하며, 지우개로 뭉개거나 스치면서 빛의 효과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그 많은 기법들을 다 할줄 아는 건 아닙니다. 천천히 배우기로 하고 제가 할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정신을 집중해서 그림 한점을 그리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그림 그리는 행위가 나에게 휴식같은 의미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오래 질리지 않고 할수 있겠죠.


선생님은 몇번 제 뒤로 와서 그리는 모습을 보고 가셨을 뿐 별로 간섭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거의 마무리 될때쯤 원경을 그리는 방법 등 몇가지 조언을 해주었을 뿐입니다. 아무튼 첫번째 수업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제가 잘그려서가 아니라 선생님이 기술적인 지도를 많이 해주는 수업이 아니더군요. 거의 스스로 방법을 찾고 물어보는 부분만 도움을 주는 식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미술을 취미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만큼 머리를 비우고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첫 드로잉 작품. 아무 생각 없이 하나에만 집중하는데 그림만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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