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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15. 2019

겹겹의 껍질 그 안쪽을 보고싶은 130분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2019, 라이언 존슨>후기

껍질을 하나 벗겨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껍질을 발견할 때의 느낌. 대체 이 영화의 알맹이는 언제 드러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음 껍질의 안쪽 면이 궁금해서 눈을 뗄수 없는 전개가 130분간 이어진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2019, 라이언 존슨>은 샤일록 홈즈가 나오던 시기의 고전 추리물 느낌으로 시작한다. 사립탐정이 등장하고 거대한 성이 배경인데다가 모두가 범인 같은 스토리 구조에서 누구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얹힌다.

그러나 이 영화는 추리물 통상의 문법을 따라가지 않는다. 감독이 파놓은 구조와 사건 속에서 충돌하는 알리바이들를 풀어나가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게 추리영화 아닌가. 스토리의 전말이 드러나기 직전까지 분명하게 대립되는 선악의 구도가 하나의 단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교적 일찍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버린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관객은 이제 반전만을 기다린다. 추리영화가 노리는 또 하나의 재미는 고정된 캐릭터를 뒤집어 놓는 순간의 쾌감에서 오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 영화는 캐릭터로 반전을 꾀하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포커스를 맞춘다.

관객은 사건의 전말을 거의 알게된  상태에서도 사건의 이면을 다 들여다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예상했던대로 흘러가나 싶다가도 한번 더 뒤집어놓고 뒤집은 후에도 깨알같이 코믹적인 장치들를 배치한다.

추리의 밀도있는 과정이 생략되다가 후반부에 사립탐정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분)의 대사에서 모든 실마리가 풀리는 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서인지 반전은 더욱 극적이다. 너무 권선징악의 이야기라 맥이 빠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찜찜하지 않고 상쾌한 맛이 있다. 흥미있는 추리 영화지만 세습되는 자본권력의 문제와 이주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적 메시지도 담았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재미로만 따지면 단연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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