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不ON 문화

짧게 쓴 20세기 이야기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의 소설 <유로피아나> 후기

by 무너

처음 이 책을 이루는 모든 문장들이 진실을 기록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소설이라는 표지를 믿고 읽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구체적인 통계와 고유명사 때문에 소설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기록인가 싶다가도 가끔씩 보이는 시니컬한 유머에 안도하며 계속 읽어나갈수 있었다. 고작 150페이지에 불과했지만 끊이지 않는 역사적 사실의 진위를 생각하다보니 읽어나가기 쉽지만은 않았다.

문장은 대부분 만연체로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었으나 사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뒤섞인 것이 마치 손에 익지 않은 큐빅을 맞춰나가는 느낌이었다. 조사와 연결어라는 흔하디 흔한 실오라기들이 빛나고 부드러운 비단 조각들을 감쪽같이 짜깁기 해놓은 것 같다고 할까. 카메라가 줌인과 아웃을 반복하며 시선의 폭과 각도, 거리를 조정하듯 저자는 격동의 20세기 유럽을 때론 가깝게 관찰하고 또 때로는 멀찌감치 조망한다.

인류가 겪어낸 희노애락의 다양한 이야기들, 두차례의 대형 전쟁과 끔찍한 학살의 기록들, 사소한 발명들과 뒷이야기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으로 버텨낸 사람들의 슬프고 잔혹하고 어이없고 우스꽝스러운 스토리와 이미지들이 영사기에서 막 쏟아져 나온 빛처럼 독자의 망막에 펼쳐진다.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 체코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다. 2001 작품인 이 책이 체코어로 쓰여진 소설중에 가장 많이 번역되고 가장 널리 읽힌 책이라나. 어쨌든 나와는 첫 만남이었고 그래서인지 신선했다. 또 만나고 싶은 작가다.

<소설 '유로피아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