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가 일하는 충남 홍성에서 아흔살 치매 할머니가 집을 나가셨어요. 거동을 못하시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멀리 가시는 일은 없었던 분이셨다는데 폭우가 쏟아지던 날 새벽에 집을 나가셨지 뭡니까.
자식분들은 전날 밤 열시쯤 할머니가 잠드신 걸 보고 잠에 들었다가 새벽 세시경에 일어나 보니 없어지셨다는 거에요. 할머니를 유독 따르던 강아지와 함께요.
장대비가 내리는 논밭을 헤매며 우리 수사팀 형사들이 종일 수색을 했어요. 멀리 가진 못하셨으리라 생각하고 집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폈죠. CCTV도 흔치 않은 시골이니 더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하루가 지나고 할머니가 살아계시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전국의 수색견과 드론팀을 요청하고 소방대원들까지 합세해서 다시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이틀이 지나도 발견을 못하고 다들 이렇게 못찾게 되나 낙담하고 있을 즈음, 우리 수사팀의 노련한 형사님 한분이 이웃마을을 탐문하다가 축사에 설치된 CCTV를 발견했지 뭐에요. 다음 날은 더 많은 비가 내린다고 예고된 상황, 수색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급했는데 CCTV는 추정시간대 이후를 다 봐야 하잖아요. 그래도 우리 형사님 차분하게 그걸 다 보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실종당일 새벽 한시경 백구와 함께 이웃마을 입구로 진입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찾았어요.
수색의 범위가 달라지고 집주변을 돌던 드론도 이웃마을로 건너왔죠. 그러길 한시간 여, 드론팀에서 할머니를 발견하고 연락을 해주었어요. 드론팀이 지목한 곳으로 형사들이 달려가고 논두렁에 미끌어져 누워있는 할머니를 찾았죠. 다들 시신일거라 생각하고 수습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적이란게 있었나 봅니다. 할머니는 숨을 쉬고 계셨어요. 그 비를 맞으며 아흔의 노인이 의식을 잃지 않구요.
할머니가 의식을 잃지 않은데는 강아지의 역할이 컸어요. 할머니 주변을 머물며 할머니가 의식을 잃지 않도록 했던 것 같아요. 구급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나서도 강아지는 사라진 할머니 걱정을 하는지 자기를 칭찬하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더군요.
피말리는 이틀이었어요. 몸을 아끼지 않고 수색에 나선 우리 형사들과 순찰 경찰관들. 전국에서 와주신 핸들러(수색견)들, 드론항공팀, 소방대원. 그리고 논두렁을 유심히 살피라고 일러주신 경험 많으신 서장님까지. 모두가 기적을 만들어 낸 하루였습니다. 물론 강아지가 큰일을 했구요
* 짤방은 할머니 곁을 지켰던 강아지.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는 중. 따라오면 갈비탕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