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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을 수 없는 이유

영화 <레버런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후기

by 무너

<스포랄 것도 없지만 줄거리에 예민한 분들은 읽지 마시라>


아들이 죽었다. 그것도 눈앞에서.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그 역시 사지가 찢겨 죽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짐승같이 끙끙대며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살인자의 이름은 존 피츠제랄드(톰 하디), 텍사스에서 온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돈이다. 동료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잡종(휴 글래스의 인디언 혼혈 아들) 때문에 습격을 당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그는 지껄인다. 살인자는 뜬눈으로 이 모든 걸 지켜 본 남자의 산 몸뚱이 위로 젖은 흙더미를 덮어놓고 도망친다. 추격전의 시작이다. 새끼 곰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이유로 어미 곰에게 습격당해 사지가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그는 아들을 죽인 녀석을 찾아 나선다. 복수에 실패한 어미 곰의 심정이랄까. 그러나 그는 어미 곰처럼 허망하게 죽을 수 없었다. 거대한 강물에 휩쓸리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칼빵을 맞고 죽은 짐승의 생고기를 씹으면서도 그는 절대 죽을 수 없다. 아직 복수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아직 오스카상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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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는 거대한 복수극이다. 자식을 잃은 심정은 곰이나 딸을 납치당한 인디언이나 백인 침략자나 마찬가지다. 죽었다가도 살아나 복수를 하게 만드는 것이 자식의 죽음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죽음의 고비를 넘다가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이다. 너무나 힘겨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가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그를 지켜주는 건 아들을 남기고 먼저 죽은 그의 인디언 아내다. 그래서인지 그는 복수를 제 손으로 완수하지 않는다. 직접 원수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었던 그는 ‘복수는 신의 몫’이라는 말과 함께 피츠제럴드를 강물에 떠내려가도록 놔둔다. 순환하는 거대한 자연과 순환하는 운명(아들이 남긴 수통 위에 달팽이 문양은 순환하는 운명의 상징이다) 속에 비로소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런 그를 쳐다보며 지나치는 인디언들의 시선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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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파카를 입고 갔는데도 극장 안이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피가 튀고 살점이 너덜거리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극장 안에 울려 퍼진다.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글래스의 고통과 함께 한다. 간간히 입이 떡 벌어질 것만 같은 대륙의 풍광들을 구경하는 건 고통의 대가다. 말의 사체 안에서 추위를 견디고 살아난 레오가 이번에는 오스카상을 움켜쥘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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