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며칠 전 당신이 툭 던진 말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아요. 참 부지런하네, 바쁘게도 산다, 하던 그 말.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그게 다 외로워서 그래요, 라고 했죠. 말해놓고 나서 잠깐 멈칫했어요. 거짓말은 아닌데, 딱 맞는 말도 아닌 것 같아서.
오늘 페이스북을 뒤적이다 보니 어떤 사람이 길게 써놨더군요. 글을 길게 쓰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다, 뭐 그런 얘기였어요. 피식 웃고 말았죠. 아니지, 그건 외로워서 그런 거라고, 댓글을 달까 하다가 관뒀습니다. 달아봤자 뭐가 달라질 것도 아니고, 사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어서.
생각해 보면 나는 평생을 직장과 집 사이의 좁은 궤도를 돌며 살았어요. 그 시간들을 꽤 밀도 있게 썼다고 생각했고, 혼자 있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어른이라고 여겼죠. 책 읽고, 영화 보고, 가끔 혼자 술 한 잔 하며 창밖을 내다볼 때면 나 제법 잘 살고 있구나, 싶었는데. 지금 와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게 외로움을 견뎌내는 방식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손 댈 수 없는 빈자리가 느껴지니까.
어디서 읽었는데, 세상 사람 절반 이상은 늘 외로운 상태라더군요. 팔 할은 평생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그 말에 괜히 안도했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그 안도감이 또 씁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더 나은 결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나는 판을 엎을 배짱도 없고, 이 자리가 아까워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인정받고 싶으면서 주목은 부담스럽고, 평범해 보이는 건 싫으면서 속물처럼 비치는 건 또 못 견디는. 그 모순들이 오랫동안 나를 만들어왔고, 지금도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요. 그냥 그걸 좀 더 담담하게 보게 됐다고나 할까.
이렇게 또 길게 써놓고 보니, 결국 나도 그 외로운 사람들 중 하나라는 걸 확인한 셈이네요. 내일도 어김없이 출근하고 퇴근하겠지요. 저녁엔 혼자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을 거고.
만약 당신이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아저씨, 또 혼자 술병 끼고 계세요? 그렇게 있으면 외로운 노인네처럼 보인다고요, 하고 웃어버렸을 텐데. 그냥 나도 좀 웃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