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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위기는 지나갔는가

영화 <빅 쇼트(아담 맥케이, 2016)> 후기

by 무너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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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십년이 다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고 막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였으니 가뜩이나 곤궁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그렇게 어마어마한 경제위기가 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아무튼 우린 일거에 나락으로 떨어졌고 다시 맨손으로 시작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앉았고 멀쩡한 중산층들이 실직으로 내몰렸다. 절망은 약자들의 몫이라는 걸 우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런데 우리가 겪은 외환위기는 과연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그 때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금붙이들은 대체 어디로 다 사라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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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는 거대한 위기의 뒤에 어떤 존재들이 있었는지, 그 사람들은 얼마나 부도덕하고 무책임했는지, 또 그로인한 고통은 누구의 몫이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 거품위에 존재했던 미 금융가의 풍경들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자신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환 능력조차 없는 평범한 서민들을 속여 허술하게 설계된 상품을 파는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보며 관객은 이 사태가 얼마나 어이없게 빗어진 재앙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 대재앙을 예측한 괴짜 펀드매니저들이 부도위험이 높은 보험 상품을 사들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투자를 시작할 때만해도 사람들은 이 놀라운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다. 덩치를 키워온 월가의 금융불패 신화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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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지 않은 전문적인 금융분야를 다루면서도 영화적 기법들을 활용하여 이해를 돕는다. 배우들은 대화를 하다말고 어려운 경제용어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관객과 시선을 맞추고 방백을 시도한다. 유명 여배우가 거품목욕을 하면서 전문용어를 설명하는 장면이나 도박에 판돈을 거는 사람들을 빗대어 이해를 높이는 식이다. 감독이 이 거대한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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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몬 주범이면서도 절대 책임지지 않는 거대자본의 뻔뻔함을 고발한다. 지난 달 읽은 저널리스트 맷 타이비의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결론이다. 이 책 역시 노상방뇨를 하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하류층은 감옥이 모자랄 정도로 수감되면서도 마약범죄자의 차명계좌 개설을 도와주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금융전문가는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는 이상한 나라 미국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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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과연 세계경제를 휘청이게 했던 미국의 부도사태는 지나버린 과거의 이야기일 뿐일까. 당시 드러났던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은 이제 다신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폭탄 돌리기 같이 느껴지는 우리의 가계 대출은 서민들의 절망이라는 비극 없이 해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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