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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06. 2016

니네 정말 봄이 좋냐? 진짜냐?

10cm 신곡에 바쳐

꽃이 만개한 계절에 그들이 돌아왔다. 어딘가 질척거리고 징징대는 끈끈한 비음과 가성이 섞인 가녀린 목소리가 엇박자 기타리듬 위로 통통 튀어 다닌다. 파란 하늘과 보색대비를 이룬 꽃그늘 아래에서 연인과 함께 잠깐 숨을 고르며 듣기 딱 좋을 것 같은 멜로디인데 웬걸, 가사는 심술이 가득하다.

10cm의 <봄이 좋냐?>는 솔로를 면치 못한 채 봄을 맞은 모든 불우한 청춘들을 대신하여 독설을 내뱉는다. “봄이 좋아?” “봄이 좋으니?”도 아니고 “봄이 좋냐?”다. “응, 좋아”라고 대답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 만큼 쥐어터지거나 침 튀기는 항의를 들을 것만 같은 뉘앙스다. 커플들의 눈꼴시는 꽃타령에 잔뜩 화가 난 이들은 '추울 땐 춥다고 더울 땐 덥다고 손잡고 팔짱끼고 끌어안는' 커플들을 향해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들도 떨어져라 몽땅”이라고 저주를 내린다.

이 친구들의 저주는 무섭다기 보다 귀엽고 안타깝다. 이래도 저래도 잘 안 풀린다며 소주한잔 사달라고 보채는 막내동생뻘 후배의 하소연 같은 느낌이다. "너의 달콤한 남친은 피시방을 더 가고 싶어 한다.”고 일러바치는 목소리 끝에서는 ‘커플바라’라는 상상의 동물을 등장시켜 독자들을 포복절도케 한 조석의 만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삐딱한 남동생의 독설은 단둘이 손잡고 벚꽃 길을 걷자고 꼬시는 장범준의 ‘벚꽃’유혹에 날리는 속시원한 냉소이기도 하다.

사실 벚꽃길을 손잡고 걸으며 봄을 만끽하기엔 그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팍팍하지 않은가. 장범준은 벚꽃으로 40억을 벌었겠지만 이 맥빠진 청춘들은 꽃놀이 갈 여친도 구하지 못해 징징거리고 있지 않냔 말이다. 대체 사지멀쩡한 이 친구들, 여친이 왜 안생길까. 그건 연인 팔짱끼고 꽃놀이 다닐 팔자가 되는 사람들이 한번 생각해 보자. 참, 기왕 생각하는 김에 이 물음에도 한번 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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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봄이 좋긴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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