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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12. 2016

존재를 증명하는 모든 사진은 영정사진이다

여고생 둘이 꺄르르 웃다 걷다 꽃그늘 아래 잠시 걸음을 멈춘다. 한 아이는 포즈를 취하고 또 한 아이는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벚꽃잎처럼 나풀거린다. 사월, 겨우내 침묵을 지키던 나무는 한움큼 꽃을 뱉어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짧고 화려한 존재증명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자신의 영정사진을 준비한다. 남는건 사진 뿐이래. 꽃을 뱉어낸 가지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아우성친다. 수학여행을 떠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이 휴대전화에 사진을 남긴것 처럼 꽃들도 부랴부랴 사진 찍을 채비를 한다. 어느 누군가의 사진첩일지 몰라도 그들의 존재는 그렇게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세상에 남을것이다. 지나고 보면 존재를 증거하는 모든 사진이 영정사진인지도 모르겠다. 남는 건 사진 뿐인 짧은 생이 또 이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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