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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12. 2016

"짧게" 혹은 "잘"

잘라주세요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남성들이 미용실에가면 꼭 듣는 난감한 질문이다. 미리 준비를 해가지 않으면 '짧게 잘라주세요', 라거나 '잘 잘라주세요'.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주문을 할수 있을 뿐이다.

어처구니 없는 주문을 끝내고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짧게는 어느정도를 말하는건지, 이를테면 눈썹을 덮을 정도인지 귀가 보일 정도인지, 잘 자르는건 누가 보기에 잘 자른건지, 미용사가 보기에 잘 자르면 되는건지 아니면 내가 만족해야 되는건지. 잘 안잘라진거 같으면 보상은 받을 수 있는건지.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오늘도 만족스럽게 나오긴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남성들이 처음 미용실에서 저런 질문을 들으면 수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기 마련이다.

마치 처음가본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을 할 때 와인을 마셔야하는건지 탄산음료를 마셔도 되는건지, 에피타이저나 앙트레는 뭘로 할건지 고기는 송아지로 할건지 양고기로 할건지, 송아지로 하면 안심으로 할건지 등심으로 할건지, 미디엄으로 할건지 웰던으로 할건지, 소스나 사이드 메뉴는 어떻게 할건지 헷갈렸던 것처럼 말이다.


다음에 머리 하러갈때는 꼭 이렇게 주문해봐야지.


"앞머리는 댄디해보이게 웨이브를 살짝 살려주시구요, 길이는 길지도 짧지도 않게 적당한 선에서 컷해주시고, 전체적으로는 볼륨이 약간 살아있되 샤기한 느낌이 들게 그러나 너무 천박하지 않게 다듬어주시고 옆머리는 최대한 죽여주시되 구레나룻은 자연스럽게 라인을 살려주시고, 뒷머리는 짧게 그러나 기계를 대지 말고 가위로만 컷해주시고 얼핏봤을때 원빈이 했던 투블럭 댄디컷 느낌 나게 해주세요."


그러나 7천원짜리 블루클럽은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는 게 함정


"짧게." 혹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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