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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09. 2016

뜬금없는 질문자들

질문의 기회를 막는 맥락없는 자기과시 혹은 자기고백

대중강연을 100분으로 잡는다면 90분의 강의와 10분 가량의 질의 시간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강연은 일정한 체계를 갖춘 과정으로서의 교육과는 달라서 강의도 1회성에 그치고 청중 또한 일시적으로 모인 구심점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안의 내부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자면 질의 시간이라는 건 꼭 필요한 내용이나 강사의 짧은 견해 확인 정도에 그치는 것이 상식이고 그마저도 형식적이거나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거나 앞뒤맥락없는 자기고백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질문의 요지를 알수 없는, 더 심하게는 질문이라고 하기에도 참 쑥스러운 내용을 두서없이 던져놓고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대답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 사람과 청중의 일부로 잠시 앉아 있었다는게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정말 이럴땐 거북이나 달팽이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후회될만큼 숨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질의시간에 물어야 할것은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개인적으로 찾아보고 고민하면 99%이상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또 그것이 제대로 된 공부다. 갑자기 90분의 강연을 통해 생겨난 지적 호기심이라는게 당최 가능한 건가. 그리고 즉흥적인 질문에 준비되지 않은 답을 주고받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토론식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를 드러낼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갑자기 시야에 나타난 유명인사(강연자)릉 통해 욕구를 발산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강연자와 다른 청중들을 생각해서 정신과 상담은 병원에서, 자위행위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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