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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Apr 23. 2016

아일랜드 이주 여성의 뉴욕 정착기

영화 '브루클린'(존 크로울리, 2015) 후기

# 1.

또 미국의 50년대다. 올 들어 인상 깊게 본 영화 두 편(<캐롤>, <트럼보>)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인데 오늘 본 <브루클린>도 마찬가지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맨하탄과 마주하고 있는 이 도시 역시 몇 달 전에 본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에 이어 두 번째다. 대체 50년대와 브루클린은 왜 자꾸 미국 영화에 등장하는 건가.

50년대는 미국인들에게 무척 중요한 시기였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새롭게 재편된 냉전 구도 속에서 구 소련과 함께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한 시기였다. 경제적으로는 호황이었고 전쟁이후 찾아든 평화 속에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이 시기는 보이지 않는 ‘유령’과 전쟁을 치르던 시기이기도 하다. 매카시의 광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흑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 이슈(로자파크스 사건)가 되면서 인종차별에 쐐기를 박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의 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틀림없이 그리운 번영기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 부끄러운 시기였을 것이다. 그런 심리 때문 아닐까. 50년대가 자주 회상되는 이유는.

그러니까 영화 <트럼보>가 이념적 극단주의에 대한 자기반성이라면, <브루클린>은 이주민(백인취급을 받지 못하던 아일랜드인과 이탈리안)을, <브루클린의 멋진주말>은 흑백 커플을 내세운 환타지 멜로 정도로 정의할수 있지 않을까. (봐라, 그 때 우리가 좀 차별도 하고 나쁜짓도 했지만 결국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살잖아.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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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많은 여인네들이 좋아할 만한 사랑 영화다. 영화 <캐롤>이 끈적끈적하면서 관능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잔잔하고 사랑스럽다. 캐롤의 ‘루니마라’가 처음엔 이 영화의 여주로 캐스팅되었다가 엎어졌다고 한다. 중간에 엎어지길 참 잘한 것 같다. 시얼샤 로넌이 더 이쁘니까.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에일리스(시얼샤 로넌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그 소녀!!!)가 뉴욕으로 건너와 낮에는 백화점 점원으로 밤에는 대학생으로 살아가면서 심각한 향수병을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이야기다.

에일리스는 아일랜드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하던 여성이었으나 갑자기 나타난 이탈리안 배관공 ‘토니’(에모리 코엔)와 사랑을 하고, 마침내 결혼까지 하면서 뉴욕에 완벽하게 적응을 한다.

뉴요커로서의 미모(이영애를 꼭 빼닮은)와 가방끈까지 갖추면서 백팔십도 달라진 그녀. 그렇게 회복한 자신감 덕분이었을까. 자신의 뉴욕정착을 밀어주던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잠시 아일랜드로 돌아온 그녀는 또 다른 남자 짐(돔놀 글리슨 - 왜 <어바웃 타임>의 그 남자 있잖아.)과 전기가 통하는데.. 뉴욕에 한 명, 아일랜드에 한 명. 대체 이 여자 어쩌자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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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음 허한 여성을 사로잡는 건 역시 남성들의 현란한 말 빨, 두 남자의 작업멘트를 가만히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다. 마침 두 남자가 기럭지 또한 대비되는 캐릭터라 키작남과 기럭지남의 캐미를 비교하는 것도 마찬가지. 감정이입 잘하는 여자 관객 입장에서는 무척 바람직한 영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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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일랜드 민요는 우리 뽕짝과 비슷하구나. 아일랜드 민요 들어보니 뽕끼 좔좔. 난 현철 아저씨가 부르는 줄 알았다. 한이 많은 민족은 노래하면서 꼭 꺾어요. 그걸 우리는 ‘한’이라고 부르고 흑인들은 ‘소울’이라고 부르는 거다. 짝퉁 박진영은 ‘공기반 소리반’이라고 하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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