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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May 01. 2016

힙합은 장난이 아니야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오브 컴턴> 후기

2000년이었던가. DJ-DOC라는 대중가수가 ‘포조리’라는 노래를 발표한 것이.

전통민요 ‘새타령’을 샘플링한 힙합음악이었는데 경찰의 비리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가사로 당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같은 앨범에 실린 ‘L.I.E’라는 제목의 노래도 언론과 청소년 유해매체심의위원회를 대놓고 디스하는(어마무시한 쌍욕이 도배된) 내용이어서 5집 앨범 전체가 19금으로 판매되었다.

당시 경찰에서는 음반판매 가처분신청을 했다가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의식해 취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DOC의 리더였던 이하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언론인은 경찰을 비난해도 되고 우리 같이 무식한 사람들이 비난하는 건 안 되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영화속 N.W.A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Straight Outta Compton)은 DJ DOC와 같은 동방의 아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던 미국 본토의 힙합 뮤지션들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147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심장을 두드리는 비트와 직설적인 가사를 쏟아내지만 사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음악을 넘어서 있었다.

영화는 LA에서도 가장 위험한 컴턴이라는 동네에서 마약과 총기에 찌든 흑인 청소년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한다. DJ 닥터드레와 가사를 쓰는 아이스큐브, 마약밀매를 하다가 음악사업에 뛰어든 랩퍼 이지-이가 N.W.A(Niggaz Wit Attitudes)를 결성하고 유명해지는 과정, 그리고 그들이 해체되었다가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그려간다.

영화의 배경은 로드니킹 사건(1991년)을 전후로 무차별적인 인종차별이 횡행하던 LA다. 갱스터 힙합을 표방하는 이들은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폭력적인 가사를 우려하는 여론에 대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당시(80년대 중후반) 대중음악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 속 인터뷰 장면에서 아이스큐브는 자신들의 노래 ‘Fuck the Police’가 ‘수정헌법 1조를 지키는 것’이라며 무대에서 경찰을 향해 중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행위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영화는 인종차별 문제를 대하는 우리들의 이중성을 예리하게 집어낸다. N.W.A의 매니저였던 유태계 백인 ‘제리’가 N.W.A를 탈퇴한 후 자신을 디스하는 아이스큐브의 노래를 들으며 “유태인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 그렇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N.W.A의 매니저를 맡았던 제리가 평소 흑인차별에 대해서는 매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다가 막상 자신을 향한 비난에는 흥분하는 모습은 차별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물론 이 영화는 사회비판보다는 음악이 중심이다. 닥터드레가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멜로디를 만드는데 스눕독이 자연스럽게 즉흥 랩을 얹는 장면은 그들의 히트곡 <‘Nuthin' but a 'G' thang>의 탄생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후에 에미넴, 50센트 등을 키워낸 레이블 <애프터매스>의 탄생 배경을 그린 장면도 힙합 팬들에겐 감동으로 가다 설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힙합음악에 대한 이해가 조금 생겼다. 얼마 전, 우리 음악계를 달군 디스릴레이에 대한 궁금증이나 쇼미더 머니에 열광하는 사람들, 힙합이 산업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그나저나 힙합 좋아하는 우리 리틀무너와 이제 말 좀 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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