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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Jun 15. 2016

안드로메다 시인에게

프로필에 경력이 구구하게 많은 사람 별로다. 그냥 짧게 자신의 이름과 직업 연락처 정도만 적힌 명함을 보면 오히려 호감이 간다.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얼굴을 보고 이름을 알면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더 필요한 정보는 차차 알아가면 된다. 아무리 친해도 내가 니 혈액형이나 지문번호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노출증도 병이다. 어지간하면 넣어둬라.

처음부터 명함의 여백이 없을만큼 빽빽하게 자신의 신상을 밝히는 건 묻지도 않은 지문번호를 알려주는 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당신이 무슨짓을 하던 별 관심이 없다.

설사 당신이 안드로메다 지역협의회 사무총장부터 시작해서 클립톤 청년봉사단 단장과 참진짜레알원조트루순복음교회 권사를 겸하는 동시에 찔끔 장학재단이사와 인서울대학교정책대학원 제20대 학생회 수석부회장 노릇을 한다고 하더라도 난 당신에게 연락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게다가 최악인 건 무슨무슨 시동인 소속 시인이라고 깨알같이 박아 넣은거다. 언제부터 시인이 소속 따져가며 시썼는지 모르겠지만 온갖 지역과 단체와 학회활동까지 하시면서 시인까지 하려면 머리 깨나 아프시겠다. 혹시 시 쓸 생각이 있거들랑 저런거 다 집어치우고 시만 쓰던가. 아님 시인을 참칭하지 마라. 시인이란게 니 그 못난 간판 장식하라고 생긴 직업이 아니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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