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에 경력이 구구하게 많은 사람 별로다. 그냥 짧게 자신의 이름과 직업 연락처 정도만 적힌 명함을 보면 오히려 호감이 간다.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얼굴을 보고 이름을 알면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더 필요한 정보는 차차 알아가면 된다. 아무리 친해도 내가 니 혈액형이나 지문번호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노출증도 병이다. 어지간하면 넣어둬라.
처음부터 명함의 여백이 없을만큼 빽빽하게 자신의 신상을 밝히는 건 묻지도 않은 지문번호를 알려주는 것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당신이 무슨짓을 하던 별 관심이 없다.
설사 당신이 안드로메다 지역협의회 사무총장부터 시작해서 클립톤 청년봉사단 단장과 참진짜레알원조트루순복음교회 권사를 겸하는 동시에 찔끔 장학재단이사와 인서울대학교정책대학원 제20대 학생회 수석부회장 노릇을 한다고 하더라도 난 당신에게 연락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게다가 최악인 건 무슨무슨 시동인 소속 시인이라고 깨알같이 박아 넣은거다. 언제부터 시인이 소속 따져가며 시썼는지 모르겠지만 온갖 지역과 단체와 학회활동까지 하시면서 시인까지 하려면 머리 깨나 아프시겠다. 혹시 시 쓸 생각이 있거들랑 저런거 다 집어치우고 시만 쓰던가. 아님 시인을 참칭하지 마라. 시인이란게 니 그 못난 간판 장식하라고 생긴 직업이 아니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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