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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Jun 14. 2016

시 읽는 연체동물 #1

미셸 콰스트의 '사랑의 아픔'을 읽는 법

아들아,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다
누군가 사랑하고 있다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때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래서 모든 것이 헛것이 되고,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단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와 만나는 일이란다
그 일 때문에 내 일을 뒤로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 사람을 향해 그 사람을 위해 걸어가는 거란다.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일이며
마음이 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위해 자기를 잊고
그 사람을 위해 자기를 완전히 낮춰야 한단다


아들아 알겠느냐, 사랑은 아픔이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 - 잘 듣거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위하여
내 몸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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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으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이야기다. 그가 시를 쓴다. 두려운 마음으로 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결국 자기 위안에 급급했던 사람이 시를 쓴다. 두려운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 감히 십자가에 자기 한 몸 내어줄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 사랑을 입에 담고 사랑을 약속하며 살았다. 기만적 경험이 지내온 세월의 부피만큼 그의 몸 안에 켜켜이 쌓여있다. 사랑인줄 알고 들춰보니 노욕이다. 이기심이다. 때가 되어 돌아보니 이미 사랑은 멀어지고 황폐한 기억의 그늘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부끄러움이 폭포처럼 정수리로 내리 꽂힌다. 사내는 그늘을 지우며 남은 생을 버텨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내는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그가 깨달은 사랑. 아들이 헤쳐가야 할 가시밭길. 사내는 아픈 마음으로 아들 앞에 펼쳐진 미래의 사랑을 읽는다. 현재진행형으로 읽는다. 그게 마지막 사랑의 실천인 듯 정성스럽게 낭독한다. 아이 앞에서 낭독한다. 밀려든 그늘, 흘러내리는 거죽위로 대못을 박는 심정으로 읽는다. 마지막 사랑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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