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지 언~1여 년

나비가 보고 싶다

by 도 출 남
MyPhoto_1225474018_0205.jpg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콜라컵에 들어가는지 실험!


2015년 말 처가댁이 있는 시골에서 분양받아온 터키시 앙고라 새끼..... 나비

이름을 딱히 머라고 붙일지 몰라 그냥 편하게 나비라 불린 것이 쭉 나비가 되어버렸다

오드아이 눈을 가진 데다가 하얀 털이 얼마나 희던지 너무 신기해서 데리고 잘 정도였다

데리고 온 건 와이프인데 신기하게 이 녀석은 며칠 안돼서부터 나한테 골골 소리를 내며 새벽에 밥 달라고 애교를 부리기 일쑤였다

어릴 때 너무 귀여워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카톡이며 SNS의 사진에 메인이 되기도 했었다


20200415_210303.jpg 어디든지 졸졸 따라다니며 공부할 때도 책장에 올라가 나를 지켜보던 녀석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늘 즐겁고 기분 좋은 일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집안 구석구석에 털이 날려 매일 청소를 해야 하고 끈끈이를 동원해 옷에 붙은 털을 떼어내야만 외출할 때 곤란함을 면할 수가 있다

또한 벽지며 가죽으로 된 가구를 물어뜯고 발톱으로 긁어놔서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고 살고 가끔 너덜너덜해진 가구를 손님들이 물어보면 그저 허~하고 웃고 마는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고양이 특성상 화장실을 꼭 마련해 줘야 하는데 볼일 보고 나오면 모래를 발가락 사이에 묻혀서 나오느라 방바닥에 떨어진 모래를 발로 밟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까지


MyPhoto_1225474018_0173.jpg 늘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같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뭔가 따듯하고 위로를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냐옹 냐옹 거리면서 '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라고 하는 듯한 눈빛을 주면서 반길 때면

하루의 노곤함이 다 풀어진다고 하고 해야 할까

그리고 사람과 같이 뒤엉켜 자고 있을 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세상에 그러한 천사가 또 어디 있을까

내가 소파에 누워 자고 있을 때면 꼭 배 위에 올라와 자거나 다리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그게 귀찮았는데 어느 순간 안 올라오면 먼저 내가 나비야 불러 같이 자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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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아마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부가 외출하고 저녁 늦게 들어와 나비야 하고 불렀는데 답도 없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찾아보니 안방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숨을 헐떡거리는 광경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난 당황에서 아내에게 소리치며 ' 빨리 와봐 나비 이상해 ' ~~ 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멘붕인 상태였다

분명 아침까지 멀쩡하게 보이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나왔었는데.... 밥을 좀 덜 먹고 기운이 약간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냥 컨디션이 약간 안 좋은가 보다고 넘어갔었다 ( 지금도 후회가 많이 되는 부분이다 둘이 긴 시간 외출하지 않고 나비랑 같이 있었으면 진작에 아픈걸 빨리 알고 병원에 가지 않았었을까 )

밤늦은 시간이라 어디 응급실에 같은 곳을 갈 곳이 없어 밤새 녀석 옆을 지켜가며 뜬 눈으로 지냈다

동물에 대해서 잘 아는 동서에게 동영상을 찍어 보내줬더니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거 같다며 우려를 보내왔다

해열제도 먹여보고 해 봤지만 별 차도가 없이 밤은 그렇게 그냥 흘러버렸다

녀석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힘겨워하는 모습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침에 밥을 먹는 건지 먼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연 병원을 수소문해서 가봤다.......... 엑스레이 찍어보고 진단해보니 급성 폐수종이란다 ㅠㅠㅠ 이런 경우 예우가 좋지 않다는 의사의 말~~ 딱히 방법이 없다고 해서 안락사시킬까 하다가 그냥 데리고 있기로 했다

집에 데려와보니 너무 힘들어하는 녀석... 지켜보는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했다

주말 당직으로 아내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집을 나섰다

새벽 5시경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직감적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갔구나 느낌이 왔다

마지막 숨 넘어가는 순간을 아내는 옆에서 지켜보며 고운 천에 나비를 싸서 박스에 잘 넣어주었다고 했다

이따 집에 오면 잘 처리해다라며

아침에 일찍 퇴근해 아들과 지정된 뒷산에 고이 묻어 주었다

그렇게 놈은 2020년 1월 4일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4년밖에 같이 못 살았는데

한 동안은 실감이 나질 않아 놈이 자던 집, 캣타워, 화장실 등을 안 치웠다

집에 들어오면 야옹하고 놈이 막 달려 나와 반겨만 줄 거 같았다

우울한 기분은 거의 한 달 정도 간 거 같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내도 나비를 꼭 데리고 잘 정도로 정이 많이 들어서인지 정말 많이 울었다

아들은 우리들 앞에서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슬펐을 거다


벌써 녀석을 보낸 지가 1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좀 더 있을 때 잘해줄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액자와 밥그릇 세트는 유품으로 안 버리고 가지고 있다

아마 평생 가슴에 품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01103_134124.jpg 아파트 단지에 사는 마스코트 녀석이다~~ 잘 생겼다

고양이를 다시 입양할까도 했지만 아내는 그때 충격이 큰지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한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 부동산에서 키우는 마스코트 고양이랑 많이 친해졌다

붙임성이 좋고 애교가 많아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녀석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지나다닐 때 인사해주고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해더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집에까지 따라 들어온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은 시작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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