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의 공동체성이란?
내 근무지인 마트에는 한 할아버지가 가끔 들르신다.
그의 옷차림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꼬르륵거리고, 허리는 구부정하게 굽어 있었다. 그분은 그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 마치 며칠 동안 씻지 않은 노숙자를 연상케 했다.
그분이 말씀하실 때는 가끔 침을 흘리시곤 하고, 우리 직원들, 심지어는 물품을 납품하러 온 업체 사람들까지 할아버지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난 후 처음 그분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은 "역시나..."라며 허탈했다. 나 역시 그분으로부터 애를 먹어 본 기억이 있어서, 그분을 마주하면 편안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늘,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그 할아버지가 마트 앞에서 서성이고 계신 모습을 보았다. '아, 오늘도 정시 퇴근은 힘들겠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분이 들어오셔서는 늘 그렇듯이 고기를 담당하는 사장님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셨다. '이런, 오늘 사장님은 약속이 있어서 출타 중이셨다. 고기를 썰어달라는 부탁을 받을 것만 같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현재 다른 손님은 없고, 물품 반입도 없는 상태였다. ' 어차피 빨리 보내야겠다는 귀찮은 마음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이분을 응대해 보자.' 그래서 그러했다.
사장님의 부재를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고, 다행히도 원하시는 고기의 양에 맞게 소포장된 것이 있어서 그 문제는 해결했다. 또한, 과자와 사탕을 고르실 때도 여러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나는 일체의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고 성심껏 응대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한 번도 소리 지르시지 않으셨다.
아마 내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그런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예수님이 저런 모습을 하고 계셨다면, 나는 과연 알아봤을까? 예수님은 높은 곳에서 오신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를 만나려고 오셨다.'
그래서 오늘은 열심히 일해서 보람찬 하루가 아니라..... 작은 사랑을 베푼 하루를 보냈고, 그것에 대해 하나님에게 칭찬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행복한 미소가 머금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오늘의 나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들러 심리학의 중심인 '공동체 의식'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들에게도 진심을 다해 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 아닐까.